[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반도체 강자 인텔이 올해 1분기에도 삼성전자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매출 2위에 머물렀다.
그동안 지속된 높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이슈, 중국 코로나19 봉쇄, 우크라이나 사태, PC 수요 감소까지 더해진 탓이다. 또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3년 만에 삼성전자에게 뺏긴 데 이어 올해는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29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1분기(인텔 회계연도 기준 2분기)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 줄어든 183억5천만 달러(약 23조4천억원)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인 185억 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순이익은 8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했다.
이번 실적 부진은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PC 수요 둔화가 영향을 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PC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6.8%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2년간 호조를 보였던 소비자·교육용 PC와 노트북 수요가 줄고 애플이 자체 PC 프로세서를 만들기로 하면서 인텔의 PC용 반도체 판매가 줄어든 탓이다.
이에 따라 PC 반도체를 담당하는 클라이언트컴퓨팅 부문 매출은 1년새 13% 줄어든 93억 달러로 집계됐다.
인텔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22% 증가한 6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 전망치(69억1천만 달러)에 비해선 크게 밑돌았다.
인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다"며 "중국의 봉쇄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실적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인텔의 1분기 실적은 삼성전자보다 한참 뒤처진 수준이다. 전날 확정 발표한 삼성전자의 1분기(올 1~3월) 반도체 부문 매출은 26조8천700억원으로, 인텔을 3조원 이상 앞서면서 전 세계 반도체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732억 달러(약 93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725억 달러(약 92조원)를 달성한 인텔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지난 2018년에 왕좌를 빼앗긴 뒤 3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인텔과 삼성전자의 매출 격차는 1조원을 넘지 않았다"며 "올해는 1분기에 벌써 3조원 이상 차이가 벌어진 만큼, 매출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올해도 1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칩 최강자지만, IT 기기 중심축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애플이 자체 설계로 칩을 만드는 등 주요 기업들이 공급망에서 벗어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클라우드서비스와 모바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본업인 CPU 시장 동력 약화로 메모리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텔은 지난해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1위인 TSMC의 벽이 너무 높은 데다 2위인 삼성전자를 넘어서기에는 아직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또 인텔은 2분기 시장에 대해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으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중국의 봉쇄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실적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인텔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185억 달러)보다 낮은 18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로 인해 이날 인텔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3.91% 하락했다.
더불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수급난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겔싱어 CEO는 지난해 7월 2023년까지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될 것으로 봤지만, 이번엔 당초 전망보다 1년 더 연장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겔싱어 CEO는 "반도체 제조 장비 부족이 업계 전반의 생산능력 확대를 통한 공급 증가를 하려는 노력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공급 측면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다만 미국, 유럽 등에 향후 수년간 진행할 신규 공장 건설 등에는 이러한 상황이 악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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