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세계 최초로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를 직접 규제하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발효된지 약 7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 구글·애플이 초래한 인앱결제 의무화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두 업체의 법 우회 시도로 인해 업계의 불안은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업체들은 당장 애플은 물론 구글에도 고율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여기에 구글은 오는 6월 1일부터 자신들의 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않을 시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삭제한다고 엄포를 놓으며 더욱 강경하게 나왔다. 애플 역시 법 준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방관하는 모습이다. 소위 '구글 갑질 방지법'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구글과 애플의 '갑질'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세계 최초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통과…의미는 있었지만
구글은 지난 2020년 7월 전 세계 디지털 콘텐츠 앱을 대상으로 인앱결제 의무화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게임 앱에만 이뤄지던 인앱결제 강제 대상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별도로 구글에 결제수수료를 내지 않던 앱 개발사들은 이제 신규 출시 앱은 이듬해 1월, 기존 앱은 10월부터 최대 30%에 달하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구글에 납부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웹툰·웹소설·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흘러나왔다.
이에 국회에서 그 해 7월 처음으로 구글·애플 등 앱 마켓을 겨냥한 법안이 발의됐다.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앱 마켓 운영사가 자사 인앱결제 시스템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자 했다. 이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6건 더 발의됐다. 8월 들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앱 마켓 수수료 실태조사에 착수했고, 9월에는 방통위가 구글의 인앱결제 실태 점검에 나섰다.
이처럼 한국 등에서 견제가 이어지자 구글은 한 발 물러서 모든 앱에 대한 인앱결제 적용 시점을 이듬해 10월로 미뤘다. 2021년 3월에는 연 100만달러(약 11억원) 이하의 수익을 거두는 앱 개발사에 대해 수수료를 15%로 깎아 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앱결제 의무화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어서 문제는 남았다. 치열한 눈치 싸움이 전개됐고, 국회의 입법 과정도 지연됐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간 주무부처를 어느 쪽으로 하느냐를 두고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6월이 됐지만 여전히 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업계는 급해졌다. 결국 창작자들이 나섰다. 한국웹툰산업협회·웹소설산업협회·창작스토리작가협회 등 웹툰·웹소설 협·단체들이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다. 인앱결제 수수료로 인해 웹툰·웹소설 플랫폼이 이용권 가격을 올릴 시 자칫 이용자들이 이탈할 수 있고, 결국 작가들의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창작자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국회도 6월 들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통과를 위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전에 법 통과를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세 차례 안건조정위원회 이후 7월 하순 들어 과방위 전체회의에 법이 회부됐고,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8월 3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리고 9월 14일 정식으로 법이 발효되며 한국은 세계 최초로 글로벌 앱 마켓을 법으로 직접 규제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한국의 사례를 주목했다.
법 통과 막판까지도 진통이 컸다. 앱 마켓을 규제하는 주무부처를 방통위와 공정위 중 어느 쪽으로 하느냐를 두고 막판까지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결국 방통위와 공정위 간 중복규제 논란이 있었던 법 일부 조항을 삭제한 채로 통과됐다. 더욱이 구글은 '미디어 경험 프로그램'을 통해 웹툰·영상·오디오 등의 앱 개발사가 여기에 참여할 경우 인앱결제 수수료를 15%로 감면해 주겠다고 제시하며 막판까지 입법 저지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인앱결제 의무 도입도 이듬해 4월로 늦추는 승부수도 띄웠다.
◆법망 피하는 구글·애플…장기전 예고
우여곡절 끝에 법이 통과되면서 업계는 드디어 앱 마켓 수수료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은 만만찮았다. 구글이 인앱결제 외 다른 방식의 결제를 허용하되, 해당 결제방식에 대해서도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하는 방식을 꺼내들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구글은 인앱결제와 인앱 내 제3자결제 중 앱 개발사들과 이용자들이 결제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우회했다. 그리고 제3자결제 방식에 대해 인앱결제 대비 4%p 낮은, 최고 26%의 수수료율을 제시했다. 앱 개발사들이 제3자결제를 택할 시 결제대행수수료, 카드수수료 등을 합치면 총 수수료율은 30%를 넘게 된다. 고율의 수수료로 사실상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이 커졌다.
그러자 업계의 시선은 2022년 3월 15일 발효되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시행령에 쏠렸다. 시행령에서 구글의 이 같은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한다면 앱 마켓의 법망 우회 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어졌다. 디지털 콘텐츠 업계 쪽에서는 앱 외부로 통하는 링크를 통해 웹페이지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웹페이지 결제의 경우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구글에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방통위도 지난 2월 시행령을 보강하며 '특정한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절차에 비해 다른 결제방식을 어렵게 하거나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접근'을 추가했다. 앱 마켓이 외부링크(아웃링크)를 통한 웹페이지 결제 페이지로의 접근을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업계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인 결과였다.
그러나 구글은 물러서지 않았다. 구글은 지난달 17일 앱 개발사에 자신들의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을 시 4월 1일부터 앱 신규 업데이트 중지, 6월 1일부터는 앱 삭제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인앱결제 혹은 인앱 내 제3자결제만을 허용하겠다는 기존의 조치를 반복한 것으로 외부링크를 통한 웹 결제는 사실상 금지하겠다는 신호였다. 그러자 방통위는 구글의 이 같은 조치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며 맞불을 놓았다.
방통위는 구글의 실정법 위반 사실을 확인할 경우 사실조사에 착수하고, 결과에 따라 매출의 최대 2%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구글 본사 측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앱의 업데이트를 막거나 삭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행위가 발생한다면 법령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구글 측도 개정법 준수를 위해 방통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글로 인한 실제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만 방통위의 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과징금 부과를 하더라도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디지털 콘텐츠 업체들은 결국 지난 1일부터 OTT와 음원 스트리밍 업체 등을 중심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결제를 통한 이용권 구매 가격을 15% 인상했다.
더욱이 애플 역시 구글과 마찬가지로 인앱 내 제3자결제에 대한 수수료를 4%p 낮추는 수준으로 조치를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결국 높은 수수료율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이처럼 구글과 애플이 어떻게든 법의 취지를 무너뜨리려는 전략으로 나오면서 지난 2020년 여름부터 촉발된 앱 마켓 수수료 문제는 한동안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어떻게든 '갑질'을 이어 나가려는 구글·애플과 이를 막으려는 정부, 국회,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업체들의 치열한 수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윤선훈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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