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 반도체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 사격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반도체 지원법안이 통과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 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실행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와 팀 아처 램리서치 CEO는 미국 의회에 출석해 반도체 지원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메모리반도체 2% 만을 미국에서 생산한다"며 "지난해 1천5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면 반도체 지원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팀 아처 램리서치 CEO도 "반도체 공급난은 공급망 전반에 걸쳐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반도체 지원법안의 보조금, 세액 공제 등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은 지난달 반도체 지원법안 '미국 경쟁법'(America Compete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미국 첨단산업 지원과 공급망 개선을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향후 5년 동안 반도체 관련 분야에 520억 달러를 투자한다. 또 향후 6년 동안 국가 안보와 관련 공급망 관리에 450억 달러(약 53조9천800억원)를 지출한다.
하원에 앞서 미국 상원은 지난해 6월 '미국경쟁법'과 유사한 '미국 혁신과 경쟁법'(USICA)을 통과시킨 바 있다. 미국 상원과 하원은 이들 법안을 병합 심사해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미국 반도체 업체들은 공급난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지원 없이는 인건비, 토지 비용 등이 미국보다 저렴한 국가에 공장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의회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에 미국 애리조나주에 올해 초에는 오하이오주에 각각 200억 달러(약 24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겔싱어 CEO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이 반도체 12%를 생산하고 있는데, 그중 반이 인텔"이라며 "미국 정치권은 반도체 지원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아시아와 다른 국가들에 영원히 의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한국 등 미국 외 국가의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업체들의 견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되면 지원 대상이나 시기, 규모 등을 놓고 입김이 더욱 거세질 수 있어서다.
겔싱어 인텔 CEO는 "미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쥐고 싶은 미국 정부와 투자 지원을 받고 싶은 미국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며 "미국 기업들의 견제 속에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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