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노조가 '전 직원 연봉 1천만원 일괄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삼성전자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4천400만원에 달했다. 카카오와 SK텔레콤은 그간 1위였던 삼성전자를 제치고 지난해 1~2위를 차지했다. 대기업들의 억대 연봉 소식에 중소기업들은 '그들만의 리그'라고 평가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분위기다.
23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100대 비금융업 상장사 중 2019∼2021년 3개년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기업 85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은 이른바 '1억 클럽'에 해당되는 국내 대기업 수는 2년간 2배 넘게 늘어 총 21곳으로 집계됐다. 2019년 8곳, 2020년 10곳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각각 2.6배, 2.1배 증가했다.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은 100대 기업은 삼성전자, SK텔레콤, 에쓰오일, LG화학, 삼성물산, 롯데케미칼, 삼성SDI, 삼성전기, 금호석유화학, 삼성SDS, 네이버, 삼성엔지니어링, E1,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 팬오션, SK㈜, 기아,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HMM, 대한유화 등 총 21곳이었다.
이 중 SK텔레콤은 1억6천200만원으로, 조사 대상 중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에 비해 34%나 뛰어오른 수치다. SK텔레콤 평균연봉은 2019년 처음 1억원을 돌파한 후 3년 연속 1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어 삼성전자(1억4천400만원), 네이버(1억2천900만원), 삼성SDS(1억1천9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조사 대상 외 기업을 포함하면 카카오가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7천2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2020년 카카오는 평균연봉이 1억800만원으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 이어 3위에 랭크됐지만 지난해 평균연봉이 59% 인상되면서 단숨에 국내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에 그간 평균연봉 1위였던 삼성전자는 카카오와 SK텔레콤에 밀리며 3위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2013년 평균연봉이 1억200만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까지 9년 연속 평균연봉 1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초 '성과급 논란'을 촉발시킨 SK하이닉스 평균 급여액 역시 지난해 1억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천520만원으로, 전년 9천358만원 대비 23.1% 증가했다.
'1억 클럽'에 가입하는 대기업 수는 매년 늘고 있다. 2019년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은 기업은 삼성전자와 에쓰오일, 삼성물산, SK텔레콤, 한화솔루션, 삼성SDS,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대한유화 등 8곳에 불과했다.
2020년에는 한화솔루션과 삼성SDS가 빠지고,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금호석유화학, 네이버, E1이 새롭게 이름을 올리면서 '1억 클럽' 수는 10곳으로 늘었다. 2021년에는 포스코와 LG화학, 롯데케미칼, HMM,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팬오션, 기아, SK㈜, 삼성SDS 등 11곳이 추가됐다.
2019년 대비 지난해 '1억 클럽'에 신규 가입한 상장사 14곳 중 3곳은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도매 및 상품중개업(포스코인터내셔널·E1)과 수상 운송업(HMM·팬오션) 기업도 각각 2곳씩 추가됐다. 다만 2019년 '1억 클럽' 기업이었던 한화솔루션은 직원 고용 증가로 평균 급여가 크게 줄어들면서 국내 4대 화학사 중 유일하게 2020년과 지난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경연은 지난 3년간 연봉 증가율 등을 고려한 결과 올해 '1억 클럽' 가입 기업 수가 31곳으로 늘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혜택을 받은 LG전자와 현대모비스, 만도, 동국제강, 현대건설, 아모레퍼시픽 등이 올해 새롭게 '1억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평균 연봉이 9천700만원으로 전년(8천600만원)보다는 올랐지만 경쟁사 삼성전자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한경연 김용춘 고용정책팀장은 "금융사나 3년치 사업보고서가 확보되지 않은 IT·플랫폼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 이상인 기업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 중소기업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경영난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월급을 챙겨주기도 빠듯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대부분 IT 기업들이 비대면 사업에 호황을 누리며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 덕에 연봉도 크게 올랐다"며 "돈 잘 버는 기업의 직원들 임금이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모든 성과를 대기업과 그 직원들이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 많은 협력업체 직원, 비정규직 직원들이 다 같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점을 기업들도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과 나누지 않는 구조가 계속되면 소득격차가 점차 더 벌어지는 결과를 낳게 돼 결국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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