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합쳐 이명박 정부 시절의 교육과학기술부와 유사한 조직을 구상하고 있다는 설이 퍼지면서 관계부처가 술렁이고 있다.
"어떤 식으로 정부조직이 개편되더라도 교육부와 과학기술부의 통합 만은 절대 안된다", "MB 정부 교과부의 악몽이 재연되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양 부처 모두에서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부 고위관계자는 "과학기술과 교육정책 관련 일부 기능의 개편은 필요하지만 부처 통합은 이미 실패했던 정책"이라며 '잘못된 소문'이라 일축했고, 교육부 고위관계자도 "오죽하면 정권교체가 된 것이 아닌데도 MB정부의 교과부를 박근혜 정부가 다시 해체했겠느냐"며 양 부처 통합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라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 부활설이 제기된 것은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7개 분과 구성안을 공개하면서 과학기술과 교육을 합친 '과학기술교육' 분과를 포함하면서부터다. 여기에 MB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이 11일 민간 씽크탱크인 'K-Policy'를 통해 '교육부의 대학정책기능 분리'를 골자로 한 정책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를 인수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교과부 부활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이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수위원장으로 임명되자 안철수 대표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과학기술부총리제, 교육부 폐지 등이 힘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교과부 부활설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를 기억하고 있는 정관계, 학계, 과학기술계 관계자들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의 재혼은 절대 안된다면서 교과부 부활설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주호 전 장관이 3월11일자로 발간한 'K-Policy 브리프 :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개혁 방안' 보고서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박상욱 서울대 교수(과학기술과미래연구센터장)는 "이주호 전 장관의 평소 지론은 물론 이번에 발간한 보고서 어디에도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다시 합치자는 내용은 없다"며 이번 보고서가 교과부 부활설에 이용되는 것에 반대했다.
박 교수는 "이번 보고서에서 정부조직개편을 제안한 것은 대학정책을 교육부에서 분리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을 국가교육위원회, 총리실, 과기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로 이관하고 대신 여성가족부의 청소년가족정책을 교육부로 이관해 유아교육과 보육정책, 중등교육과 청소년정책을 연계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산업경제정책, 과학기술정책, 대학의 연구혁신 정책을 융합한 가칭 과학기술혁신전략부를 만들어 대학의 혁신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교과부 같은 부처 통합은 과총을 비롯해 과학기술계의 누구도 반기지 않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과학기술부와 교육부의 통합에 대해 각 부처 관계자들이 이처럼 부정적인 이유는 두 말 할 것 없이 지난 MB표 교과부의 '악몽'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교육과학기술부를 설치한 이유는 지금 교과부 부활론의 명분으로 제시되는 이유와 유사하다. 문과와 이과를 넘나드는 융합 인재양성과 초중등교육부터 대학에 이르는 입시, 교육, 학술연구, 산학연 협력 정책을 일원화해 시너지를 내자는 명분이 우선 제시된다.
하지만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는 부처의 정책목표와 철학이 극단적으로 달라서 화학적 결합은 커녕 물과 기름 같은 모습을 보여 왔다. 교육의 공공성과 보편성을 주요 가치로 삼는 교육부와, 수월성(뛰어난 과학기술자 양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과학기술부가 결합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특히 철학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학정책에서 일반 대학정책과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정책이 엇갈리고 인문사회예술계와 이공계의 갈등을 더욱 부추긴 사례가 즐비하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학기술관련 제정법이었던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과기부와 교육부의 갈등으로 반쪽짜리로 전락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부는 "교육의 본질을 무시하고 먹고사는 문제만 생각하는 과기부"를 지탄하고 과기부는 "급변하는 기술경쟁시대에 교육부가 발목을 잡는다"고 불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정책 갈등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정책 이슈의 하나라는 점에서 이번 인수위에서 어떤 식으로든 관련 거버넌스의 개편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양 부처 관계자들도 결은 달라도 교육-과학기술-산업을 아우르는 정부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정책의 명분은 차치하고 부처의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어떤 권한이 우리 부처에 오고가는지, 실·국·과가 몇 개 생기고 몇 개 사라지는지 같은 부처 이기주의를 걷어낸다면 해법은 훨씬 쉽게 찾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가 혜안을 갖고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상국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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