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혜경 기자] 국회 계류된 '사이버보안법' 논란이 1년을 훌쩍 넘겼으나 원안 처리 주장과 민간인 사찰 우려라는 양극단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관부처인 개인정보보회위원회는 이에 대해 국가적 대응체계 마련은 필요하나 기존법과 상충되지 않도록 관계기관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됨에 따라 그간 미적지근했던 논의가 다시 가속화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국정원 컨트롤타워로…정책 집행력 강화
16일 국회에 따르면 계류 중인 사이버보안 관련 법안은 총 3건이다.
조태용(국민의힘), 김병기(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사이버안보기본법안'과 '국가사이버안보법안' 제정안은 지난 2월 4일 국회 정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심사에 돌입했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사이버보안기본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됐다.
국내 사이버안보 대응체계는 부문별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분할돼 통합적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내 사이버 안전을 총괄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민‧관‧군 협력체계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배경이다.
조 의원과 김 의원 법안은 국가정보원(국정원)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국정원을 중심으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사이버 위협을 대처할 수 있도록 수단‧절차를 마련하고 정책 집행력을 강화한다는 것.
김 의원 법안은 국정원 산하에 '사이버안보위원회'를 두고, 각 책임기관에서 국정원장이 수립하는 사이버안보 기본계획에 따라 분야별 시행계획을 수립‧이행하도록 했다. 국정원장은 정보통신기기 등에 대한 사이버 위협을 확인‧차단하기 위해 시험·분석·사실 조회 등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사이버안보 정보 수집에 필요한 절차가 부재할 경우 보충 수단으로 국정원장이 고등법원 수석판사 허가 혹은 대통령 승인을 얻어 정보에 접근하도록 했다.
조 의원 법안은 대통령의 의장으로 하는 '국가사이버안보정책조정회의'와 국가 차원의 사이버안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정원장 소속의 '국가사이버안보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정원장은 사이버안보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 민간 사찰 우려 여론…특정 부처 주도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조 의원과 김 의원이 발의한 두 법안 모두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국감넷)는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특히 김 의원 법안은 국정원이 국가 사이버보안 거버넌스의 핵심 역할을 하도록 노골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 권한을 민간으로 확대해 민간 정보통신망까지 사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감넷은 윤영찬 의원 법안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윤 의원 법안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사이버보안전략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 차원의 사이버보안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소속으로 '사이버보안본부'를 두는 것이 골자다.
또 다른 의견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김병기 의원 법안 제4조와 개인정보보호법이 상충한다는 지적이다. 해당 법안은 '사이버안보에 대해서는 다른 법률에 우선해 해당 법이 적용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정렬 개인정보위 개인정보보호정책국장은 "부처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협의 과정에서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고 말했다.
실제 개인정보위는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 기본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병남 개인정보위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은 "개인정보보호 규정들이 배제될 수 있으므로 사이버안보법이 우선 적용된다는 조항은 수정이 필요하다"며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사항들은 최소 수집 원칙과 투명성이 준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버 안보 관련 업무도 원활하게 수행되려면 관계기간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특정 부처나 기관이 주도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혜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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