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혜경 기자] 최근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의 탄소 배출을 포괄하는 ‘스코프(Scope) 3’까지 범주를 확장해 장기적인 저감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시스템 유지를 위해 가동돼야 하므로 전력 소비량이 상당하기 때문.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스코프 1‧2’의 탄소 감축에 더 나아가 세 번째 범위의 탄소 배출량까지 추적한 이유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기업들은 GHG 프로토콜(Protocol)에서 정의된 3가지의 유효범위(스코프)를 사용해 탄소 배출을 분류‧보고하고 있다. GHG 프로토콜은 배출량 산정 방법론으로 온실가스 회계 처리‧보고 기준을 뜻한다.
스코프 1은 제품 등의 생산 단계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다. 기업의 직접적인 활동 결과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탄소다. 스코프 2는 기업이 구매한 전력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을 의미한다. 몇 년 전 전력 사용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 약속인 'RE100'이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기업은 스코프 2 배출량도 중장기 전략에 포함하고 있다.
스코프 3은 기업이 소유 혹은 통제하지 않는 시설에서 발생하며 가치 사슬(Value Chain) 전반에 걸친 간접적인 탄소 배출이다. 크게 소재의 생산, 공급사와의 협력, 폐수 처리 등 공급자 측면의 ‘업스트림(Upstream)’과 소비자 중심의 ‘다운스트림(Downstream)’ 활동으로 나뉜다.
스코프 1‧2에 비해 스코프 3는 범위도 방대하며 특히 제조업체의 경우 자사 제품의 유통부터 보관, 폐기까지의 수명 사이클을 포함한 배출량을 측정해야 하므로 훨씬 더 복잡하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탄소 유형도 3개 범위로 나눌 수 있다. 데이터센터 자체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스코프 1에, 데이터센터에서 소모되는 전력과 냉방설비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스코프 2에 해당될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망을 통해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는 스코프 3에 포함된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매년 약 200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전체 전력 사용량의 1%에 해당되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I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를 한 장소에 모은 것으로 중단없는 운영을 위해 냉각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스코프 3까지 감축 계획을 수립한 대표적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자사의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물 감축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100% 공급을 선언하는 등 스코프 1‧2 범위 감축과 함께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배출 감축도 나선다.
MS에 따르면 MS의 공급업체들은 총 2100만t 규모의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지난해 MS는 자사의 탄소 감축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공급업체 수를 확대하고 배출량 감소 보장을 위한 수준을 강화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도 감축한다. 매년 50~100개의 신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는 MS는 센터 구축 시 비영리단체인 ‘빌딩 트랜스패런시(Building Transparency)’가 개발한 'EC3'를 사용 중이다. EC3는 건설 프로젝트별 총탄소양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로, 회사는 이를 통해 콘크리트와 철에 내재된 탄소를 약 30~6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MS 배출 영향 대시보드’도 공개했다. 사용자가 클라우드 사용이 전체 탄소 배출량에 미치는 영향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가치 사슬 배출량이 포함된 스코프 3까지 계산 가능하다고 MS는 설명했다. MS와 계약을 맺고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다른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컴퓨팅업체의 데이터센터 탄소 배출량이 스코프 3에 해당되는 셈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스코프 1·2에 대한 글로벌 측정 기준, 표준화, 회계 처리 기준이 아직 완전하게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코프 3까지 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탄소 규제 시계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적지 않은 국‧내외 기업들이 스코프 범위를 명시하지 않은 채 탄소중립을 선언해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탄소국경세, 공시기준 강화 등 사례를 벤치마킹해 스코프1·2·3 관리 체계로 빠르게 전환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김혜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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