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재계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5년간 반기업 정서에 기댄 규제가 쏟아지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이 극도에 달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코로나 팬데믹 극복,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전대미문의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워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더욱 두텁게 할 것"이라며 "첨단기술 혁신을 대대적으로 지원해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고 초저성장의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다시 성장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文 정부 5년…곳곳에 기업 숨통 죄는 '대못' 박아
재계에선 윤 당선인이 대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대거 풀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쏟아진 규제로 인해 경영 활동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특히 21대 국회가 170명이 넘는 거대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장악하면서 기업 관련 규제들은 무분별하게 쏟아졌다. 실제로 지난 2020년 4월 회기를 시작한 21대 국회 들어 지난해 6월까지 1년여간 발의된 의원 규제 입법은 1만여 건으로, 20대 국회 4년간 발의된 법안의 절반에 달했다. 대표적으로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꼽힌다.
3%룰로 인해 기업들은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며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정부·여당은 대주주에 맞는 감사위원만 뽑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밀어붙였다. 이는 기업 경영의 근간을 흔드는 법으로, 재계에선 해외 입법례를 찾기 힘든 강도 높은 규제라고 평가했다.
최근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제기 움직임, 노동이사제 도입 등도 경영 개입의 사례로 보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가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과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난 1월부터 공공기관과 준정부기관에 도입됐다.
내부거래 규제, 지주회사 의무지분율, 기업집단 공시제도 등을 대폭 강화한 개정 공정거래법 역시 기업을 옥죄는 법으로 평가된다. 재계에선 개정 법안을 두고 내부거래 규제 대상을 규제 기업이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다른 계열사까지 확대해 계열사 간 협력을 제한한다고 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기업들의 부담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지난 1월 말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 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법 조항의 모호성, 과도한 경영자 처벌 등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집단소송제 도입 역시 기업 부담을 키우는 요소로 지목됐다.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집단소송으로 제기될 경우 소 제기 사실만으로도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고, 주가폭락·신용경색·매출저하로 회복 불가능한 경영상 피해 입을 수 있어서다.
높은 법인세, 상속세 부담도 기업인들의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듬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0%로 올렸다. 이는 지난해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1.8%) 대비 3.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상속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최고세율(최대 주주 할증 포함 60%)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기업인들은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 매각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재계 관계자는 "그 동안 경영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규제들이 쏟아지면서 기업들의 활동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윤 정부에선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규제 혁신' 외친 尹…'여소야대' 국회와 불편한 동거
문재인 정부 5년간 반기업 정서에 기댄 규제 봇물로 몸살을 앓던 기업들은 윤 당선인의 '규제 혁신' 목소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달 7일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규제 혁신에 이바지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며 "규제의 문턱 자체를 낮추는 개념과 기업 입장에서 원스톱 신청으로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하는 두 가지 방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에선 윤 당선인이 기업 관련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길 원하면서도 '여소야대' 구조인 국회를 넘을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역대 정부처럼 출범 초기에 규제 개혁을 외치다 결국 규제를 오히려 더 내놓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규제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생기는 규제를 유예하거나 폐지해 기업의 성장 동기를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겠다"며 "차기 정부 출범 즉시 80여 개의 대표적인 규제를 폐지하고, 축소되는 혜택은 일정 기간 유예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일각에선 경제단체들이 그동안 지적해왔던 반기업 규제들에 대한 칼질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놨다. 또 규제 적용 방식도 법·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과도한 정규직 보호와 주 52시간제, 최저임금제 등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됐던 노동 시장 규제에 대한 대대적 손질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중소기업에는 주 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업주와 근로자의 합의를 전제로 연장근로 및 탄력근로 단위 기간을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총근로시간은 유지하되 업종과 작업환경 특성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이 도입될 전망이다.
'시간당 1만원'으로 상징됐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되면서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이로 인해 고용 위축이란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던 탓이다.
이에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중소기업 공약을 발표에서 "중소기업은 과격 노조의 불법 행위에 직면해 있다"며 "그동안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완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중대재해법도 보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 당선인은 이와 관련해 "산재사고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할 것"이라면서도 "산업안전보건대책 이행 여부 등도 합리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선 다소 유보적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왔지만, 윤 당선인은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라며 "세율을 더 올릴 수는 없다"고 말하며 법인세 문제를 두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집단소송제와 관련해선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업활동의 위축을 우려하며 모든 분야에 이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의 뜻을 표했다. 또 검찰총장 시절 요구했던 '전속고발권 폐지' 주장은 대선 후보가 되면서 철회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원회 소관 6개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노동이사제에 대해선 공공부문 도입은 찬성했지만, 민간부문 확대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토론 당시 "정부가 마구 임명한 사람들이 정부 입김에 의해 공기업에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공기업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기업 경영에 힘을 실어주면 일자리 창출, 노동자 임금상승 등 경제 발전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규제 개혁은 결국 입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민주당이 과반수인 국회를 윤 당선인이 얼마나 잘 설득해 나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사진=김성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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