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부터 스마트폰, 가전 등 모든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나선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으로 입항길이 막힌 데다 루블화 가치 급락 등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돼 제품을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어서다.
5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지정학적 상황을 이유로 러시아행 선적을 중단했음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복잡한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과 함께 생각하고 있으며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모든 직원과 그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가 대(對)러시아 수출 제재의 하나로 시행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에 수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러시아 항구로 입항을 거부하고 있어 수출길이 막힌 데다 원자재 가격급등, 루블화 가치 급락 등 생산과 판매, 수출 전반에 걸쳐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업계에선 삼성전자 입장에서 러시아에 제품을 선적한다고 하더라도 물건을 제대로 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또 삼성전자의 이 같은 결정으로 향후 현대자동차, LG전자, SK 등 러시아와 무역을 하는 다른 대기업들의 대러 수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애플, 인텔 등 미국 기업처럼 러시아 제품 판매 중단까지 선언한 상황은 아니다. 애플은 최근 러시아에서 자사 제품 판매 전면 중단을 선언했으며 인텔과 엔비디아, AMD도 러시아에 반도체 판매를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전체 매출 중에서 러시아 비중은 크지 않지만, 미국 기업에 비해 러시아 내 시장 점유율이 높아 현지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동안 러시아 시장에서 약 272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34%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애플 점유율 보다는 2배 이상 높다. TV와 생활가전에선 약 4조원 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러시아에서 물건을 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추후 대러 제재를 비롯해 여러 거시경제 변수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탈 러시아' 움직임에는 아직 동참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인도적 차원에서 600만 달러(약 73억원)를 기부키로 했다. 이번 전쟁과 관련해 성금을 기부한 국내 대기업은 SK에 이어 삼성전자가 두 번째다.
600만 달러 중 100만 달러에는 가전제품 현물이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임직원들의 자발적 기부금도 추가로 전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도적 차원의 구호물품 지원 등을 국제기구와 연대해 추진 중"이라며 "600만 달러를 우크라이나 적십자 등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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