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심지혜 기자] 빈 휠체어가 부스를 돌아다닌다. 주위를 둘러보니 누군가 조이스틱으로 휠체어의 움직임을 조종하고 있었다. 겉모습은 일반 휠체어와 동일하지만 바퀴에 모터와 배터리가 탑재된 전동 휠체어였다. 특히 이 휠체어는 제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회전하는 게 인상적이다. 보통은 방향을 180도 전환하기 위해서는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방향을 돌려야 하지만 이 휠체어는 그 자리에서 바로 가능했다.
KT는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2022에 마련한 전시 부스에서 마이크로모빌리티 이동체 플랫폼 전문기업 하이코어와 함께 개발한 LTE・5G 통신 기반 사물인터넷(IoT) 전동휠체어를 선보였다.
이 전동휠체어는 KT의 이동통신 기반의 기술력과 순수 국내 이동체 기술로 개발했다.
겉모습은 일반적인 수동휠체어와 동일하다. 팔걸이 앞 부분에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탑재된 조이스틱과 '휠(바퀴) 키트'만 장착하면 전동휠체어가 된다.
또한 조이스틱에 초음파 센서를 탑재, 이동 중 전방에 장애물이나 사람이 나타날 경우 충돌 방지를 위해 알아서 멈추도록 했다. 휠 키트에는 바퀴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모터와 이를 위한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실제 이 휠체어에 앉아봤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직진부터 유턴까지 상당히 매끄러웠고 승차감도 안정적이었다.
이번 제품 개발은 박동현 하이코어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지체장애 4급으로 겉모습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지 않지만 관절이 파열돼 30분 이상 걷는데 어려움이 있다.
실제 일상에서 휠체어를 이용한다는 김 대표는 그간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반영, 보다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현장에서 만난 박 대표는 "오래 걷는 게 어렵다 보니 전동휠체어 이용이 필요한 데 기존 제품은 무겁고 방향 전환이 불편하다"라며 "또한 휠체어는 장애인뿐 아니라 노년층에서도 수요가 있어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선 안정성과 내구성 확보를 위해 바퀴를 사출금형으로 제작했고, 사고가 나도 안전할 수 있도록 기계파트를 무한수명으로 설계했다. 조이스틱이나 IoT 등 전자 기기가 망가질 순 있어도 프레임 자체는 쉽게 망가지지 않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휠체어 무게는 27kg 수준이다. 일반 휠체어처럼 접을 수도 있어 차량에 싣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무게는 130kg까지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다.
속도는 1.5km/s에서 8km/s까지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바퀴 배터리는 3시간 충전시 최대 속도로 50km 주행이 가능하다.
노인층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이스틱은 직관적으로 디자인했다. 바퀴와 조이스틱 배터리 잔량과 전방 장애물 감지 유무를 선택할 수 있는 초음파 센서 작동 버튼, 경사진 곳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자동브레이크 버튼, 방향 조정과 전진을 종할 수 있는 방향 스틱, 클락션 버튼이 전부다.
또한 조이스틱에 탑승자의 탑승자세, 충돌유무, 이상상황 발생 등의 위급상황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넣어 사고가 감지되면 KT의 IoT 통신 기술 기반의 응급전화(Emergency Call) 기능을 통해 가까운 도움센터나 보호자에 자동으로 전화를 건다.
특히 이 전동휠체어는 어렵지 않게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일반적인 전동 휠체어는 180도 방향을 바꾸려면 앞뒤로 움직이는 등 주변 공간이 많이 필요한데 이 전동휠체어는 제자리에서 돈다. 노인들이 방향을 바꾸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설계다.
박 대표는 "바퀴가 완벽하게 서로 거꾸로 돌 수 있도록 해 엘리베이터 같은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사전에 경로를 설정해 두면 알아서 이동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일례로 병원 입구에서 특정 진료실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면, 사전에 입력한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 별도의 관제센터를 구축할 수 있어 간호사가 직접 이동을 지시할 수 있고, 탑승자는 앱으로 본인의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다.
주력 타깃은 병원, 공항, 복합쇼핑몰 등 실내 공간으로 올 하반기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현재 중앙보훈병원과 협약을 맺고 올해 200대를 먼저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KT와 하이코어는 자율주행을 돕는 AIoT(Artificial Intelligent of Things) 장치인 '블루박스'를 추가로 장착, 자동보조주행이 가능한 전동휠체어도 준비 중이다. 또한 라이다(LiDAR)’까지 탑재해 이동 경로를 지도화하고, 이를 통해 학습한 경로는 탑증자가 조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자주 다니는 경로일 경우에는 빠른 길을 알아서 안내해 보다 편리하다. 이뿐 아니라 전방에 장애물이 있어도 알아서 회피,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상용화가 가능해질 경우에는 라이다 대신 카메라를 장착, 보급형으로도 내놓을 계획이다.
조영빈 KT 기업IoT플랫폼사업팀 차장은 "라이다가 주변을 인식해서 지도를 만든다"라며 "데이터를 미리 수집해 놓으면 그 다음에는 원하는 지점으로 좀 더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AIoT 전동휠체어는 상용화를 위한 규격이 마련돼 있지 않아 우선 기술검증(POC) 부터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일범 KT엔터프라이즈부문 기업무선플랫폼사업담당 상무는 "휠체어는 장애인을 넘어 개인용 수단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며 "기존에는 LTE나 5G를 활용하는 IoT가 버스 등 공공영역에 주로 적용됐다면, 이번 전동휠체어를 통해 민간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KT는 휠체어뿐 아니라 전동 킥보드·카트·자전거 등 1천500개에 IoT 회선을 사용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이 규모를 2배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심지혜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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