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에 이어 올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대한 경영진단에 나선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면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최신 AP인 '엑시노스2200'의 낮은 수율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부품(DS) 사업부문 산하 파운드리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에 들어갔다. 지난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 승격 이후 치러지는 첫 경영진단이다.
삼성전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되면 짧으면 3개월, 길면 7개월가량 해당 사업부를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단을 받는 사업부는 강도 높은 경영 목표치를 제시 받는 한편, 인사와 조직개편을 시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부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경영진단을 실시해 주목 받았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가 애플 '아이폰' 시리즈에 크게 밀리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높아졌던 탓이다. 특히 지난 2020년 연매출이 약 10년 만에 100조원선 아래로 떨어진 것이 가장 영향이 컸다.
이에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의 디자인과 카메라 기능, 마케팅 방식 등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경영진단을 벌이고, 플래그십 모델 출시 전략을 재정비했다. 또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가 모바일경험(MX) 사업부로 명칭이 변경되며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통합 세트 사업부인 DX(Device eXperience)부문으로 합쳐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역시 올해 경영진단을 거친 후 대대적으로 인사, 조직 개편, 관리 프로세서 등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안팎에서 우려하고 있는 낮은 수율 문제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미세공정 수율 문제를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술력 상승으로 초기 안정적 수율을 확보하는데 난이도가 상승한 것도 사실"이라며 "역량을 모아 선단공정 조기수율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첨단 공정수율이 20~30%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최신 AP인 '엑시노스2200'이 가장 문제로 지적됐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22'용으로 '엑시노스2200'을 개발했으나, 파운드리 사업부가 낮은 수율 문제로 납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앞서 공개했던 '엑시노스2100' 역시 발열 문제가 제기돼 이를 탑재한 '갤럭시S21'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엑시노스'를 확산시키고자 매년 '갤럭시S' 시리즈를 출시할 때마다 엑시노스 탑재를 확대해왔다"며 "하지만 올해는 한국뿐 아니라 대표적인 엑시노스 탑재국인 인도에서도 '갤럭시S22'에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엑시노스2200'는 삼성전자가 AP 선도 기업인 퀄컴,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자존심을 걸고 만들었지만, 불량률이 높아 안방 시장인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출시하는 '갤럭시S22'에 정작 적용하지 못했다"며 "이 사건이 이번 경영진단의 방아쇠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 '엑시노스'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고성능 AP로서 입지를 갖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삼성폰에서도 탑재 비율이 낮아지면서 점유율이 밀리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 내놓는 '갤럭시S22'에서조차 '엑시노스2200'이 아예 빠져버렸다는 것은 삼성의 자체 개발 AP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일은 삼성전자의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전략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삼성전자의 수율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엑시노스' 같은 자체 AP 설계 사업도 시장에서 존재감을 점차 잃어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에서 1위를 하려면 수탁생산뿐 아니라 설계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TSMC와 경쟁하는 최첨단 초미세 공정에선 고성능 AP가 고객사 유치를 위한 미끼 상품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 파운드리는 고성능 반도체 제조를 맡길 고객사가 TSMC보다 적어 미끼 상품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양산 제품의 성능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줘야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는데 현재로선 애플, 엔비디아, AMD 등과 거래하는 TSMC보다 선호도가 낮은 상황에서 수율 문제까지 불거져 난감한 상황에 놓인 듯 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200'과 함께 4나노로 생산되는 퀄컴의 고성능 AP '스냅드래곤8 1세대'와 관련해서도 일부 클레임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퀄컴은 차기 버전인 '스냅드래곤8 1세대 플러스'를 TSMC 4나노 공정으로 만들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로선 고객사를 잃은 셈이다.
또 중저가 AP를 주로 만들었던 대만 미디어텍까지 고성능 AP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입지는 앞으로 더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텍이 최근 공개한 안드로이드 플래그십폰용 AP인 '디멘시티9000'은 '엑시노스2200'은 물론이고 '스냅드래곤8 1세대'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멘시티9000'은 TSMC의 최신 4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IBM·엔비디아 등 굵직한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했지만 최첨단 4나노 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엑시노스2200' 사태로 드러난 셈"이라며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에 업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도입해 반전을 노린다고 하지만 4나노 공정 수율부터 먼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문제가 스마트폰 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텍 '디멘시티9000'이 적용돼 올 2분기부터 출시될 중국 오포, 비보, 샤오미, 아너 등의 최신 플래그십폰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뺏길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 AP 시장에선 퀄컴이 미디어텍의 자극을 받아 TSMC에 더 의존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2200'으로 불거진 수율 문제는 결국 삼성전자가 AP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잃는 것뿐 아니라 파운드리 고객 유치가 어려워지는 데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이 시급해보인다"며 "삼성전자가 빠른 시일 내 악순환을 끊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에도 경영진단에 나선 듯 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영진단은 사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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