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미세플라스틱을 먹으면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면 파도 등에 잘게 부서져 작은 알갱이로 변한다. 이를 물고기 등이 먹고 다시 사람이 섭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원자력의학원(원장 박종훈)은 김진수 박사 연구팀이 미세플라스틱 섭취에 의한 자폐스펙트럼 장애 유발을 규명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영유아에 발병하는 난치성 신경발달장애이다. 사회적 관계형성의 어려움, 정서적 상호작용의 문제, 반복적 집착과 제한된 관심 등의 행동이 특징이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제기되고 있는데 아직 확실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해 연구팀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흡수 경로를 처음으로 규명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최근 10여 년 사이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주목하고 그 원인을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에서 찾고자 했다.
연구팀은 태아기, 수유기, 청소년기, 장년기 등 전 연령대의 실험쥐에 폴리에틸렌 미세플라스틱을 2∼12주(태아기·수유기·청소년기 2주 투여, 장년기 12주 투여) 동안 먹였다. 행동 실험, 뇌 조직 분석, 장내미세균총 분석 등 10여 가지의 다양한 실험방법을 통해 자폐스펙트럼 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입증했다.
가장 뚜렷한 증상을 보인 행동 실험에서는 사회성을 알 수 있는 3챔버 테스트(3개의 연결된 방을 이용해 실험쥐의 행동을 관찰해 사회성 지수를 확인)로 미세플라스틱 섭취 후 전 연령대에서 사회성이 감소하고 강박적이고 반복적 행동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회성 지수는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지 않은 쥐에 비해 약 50% 낮게 나타났다.
임신한 쥐(태아기)에 미세플라스틱을 2주 동안 먹인 후 태어난 새끼 쥐가 생후 4주 후 자폐스펙트럼 장애 증상이 나타나 유전적 연관성을 찾을 수 있었다.
뇌 조직 분석 결과 청소년기 쥐에서 전자현미경을 통해 둥근 미세플라스틱이 파편 형태로 뇌에 침착된 것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공명분광법(MRS)으로 뇌의 해마체와 전두엽 피질에서 미세플라스틱 노출 이후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대사물질의 교란을 확인했다.
뇌 유전자 분석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 환자와 동일한 유전자를 찾아냈다.
장내 세균의 생태계인 장내미세균총 분석에서는 청소년기 쥐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 환자와 동일한 박테리아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연구성과(논문명: Pre/Post-natal exposure to microplastic as a potential risk factor for autism spectrum disorder)는 국제 환경 저널 ‘인바이런먼트 인터네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 2022년 2월호 온라인 판에 실렸다.
김진수 박사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먹이사슬을 거쳐 식탁에 다시 오르는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자폐스펙트럼 장애 뿐 아니라 다른 난치성 질환과 미세플라스틱의 관련성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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