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1년 5개월간 공 들였던 영국 반도체 회사 'ARM'을 매각하는 데 실패함에 따라 연내 상장 추진으로 방향을 틀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ARM을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에게 매각하려던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고 3명의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관계자들은 "EU와 영국, 미국 등 각국 규제기관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경쟁력 저하 우려를 드러낸 결과 좌초됐다"며 "엔비디아도 월요일 아침 이사회 회의를 통해 ARM 인수를 단념했다"고 말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2020년 9월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400억 달러(약 47조9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나 인수가 최종 확정되려면 미국과 영국, 중국, EU 등의 경쟁 당국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쟁 당국들은 혁신과 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줄줄이 반대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말 인수 반대 소송을 제기했고,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지난해 7월 이번 인수에 대한 1단계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경쟁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이번 인수로 ARM의 지식재산권이 침해되는지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 지난해 초에는 퀄컴, 삼성전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아마존 등 ARM 아키텍처에 의존하는 글로벌 IT 기업들도 FTC에 일제히 반대 의사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엔비디아는 ARM 인수와 관련해 각국 경쟁 당국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자 결국 이를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로 인해 소프트뱅크는 매각 무산과 관련해 최대 12억5천만 달러(약 1조4천790억원)의 위약금을 엔비디아로부터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금액은 인수 발표 당시 엔비디아가 ARM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이미 지불한 상황이다.
이에 FT는 소프트뱅크가 ARM에 대한 투자금 회수를 위해 올해 안에 영국이 아닌 뉴욕증권거래소를 통해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는 한편, 추후 다시 매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약금 규모가 지난 2016년 소프트뱅크가 ARM 인수 당시 들였던 금액의 3.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ARM 주주들이 가진 주식 14억1천200만 주에 대해 1주당 17파운드(약 21.79달러), 총 320억 달러(약 38조원)를 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는 ARM 매각이 무산될 경우 차선책으로 상장을 선택할 것"이라며 "ARM과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회사가 ARM 인수를 다시 시도할 경우 그동안 일어났던 혼란만 반복되고 진행 과정도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소프트뱅크가 이번 인수 무산에 따라 ARM CEO도 교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 CEO인 사이먼 세가스는 지난 2013년 7월 CEO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FT는 "사이먼 세가스가 사임할 것"이라며 "르네하스 ARM IP그룹 총괄책임자 겸 수석부사장이 COE가 될 듯 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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