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선택하는 기준은 '어떤 콘텐츠가 있는가'다, 이에 OTT 시대 우리 콘텐츠 시장을 키우고 지식재산(IP)을 확보하기 위해선 재원·인프라 마련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24일 한국OTT포럼(회장 문철수)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OTT 시대 영상콘텐츠 진흥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해 '오징어게임' 메가 히트로 K-콘텐츠 위상은 높아졌으나, 이의 성과가 우리 콘텐츠 시장에 오롯이 흡수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에 '글로벌 OTT 콘텐츠 하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쳐낼 수 있도록 콘텐츠 주권을 지키면서도 국내 콘텐츠 시장을 성장시킬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이날 세미나는 OTT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OTT의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발제에 나선 김용희 한국OTT포럼 연구이사(숭실대 교수)는 "OTT 경쟁력은 가입자로, 가입자 확보 없이는 성공으로 이어질 수 없다"며 "그러나, 가입자를 불러오는 것은 결국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 교수 측 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들이 OTT에서 주로 이용하는 콘텐츠는 국내 드라마·영화로 나타났다.
'OTT에서 주로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 질문에 응답자 20.7%가 국내 드라마를 꼽았고, 19.9%가 국내 영화라고 응답했다. 이어 해외 영화 18.3%, 오락·연예·예능이 10.7%, 해외 드라마가 10.2%를 기록했다.
'OTT 서비스 구독 이유'도 국내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의 VOD를 보기 위해서라고 다수가 답했다.
국내 영화·드라마·예능 등의 VOD를 보기 위해 OTT를 구독했다는 응답자는 전체 중 16.5%를 차지했고, 해외영화·드라마·예능 등의 VOD를 보기 위해 OTT를 구독했단 응답자는 14.8%로 나타났다.
이어 OTT가 제공하는 오리지널 제작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취향에 맞는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시간과 장소와 관계없이 편리하게 보기 위해 등의 이유를 선택한 응답자는 각각 12.2%, 10.8%, 10.6%로 집계됐다.
사업자별 구독 이유를 묻자,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티빙과 유튜브 프리미엄은 콘텐츠 품질, 웨이브는 국내 VOD 등을 꼽았다. 장르로 살펴보면 넷플릭스는 국내외 드라마 및 영화, 티빙과 웨이브는 오락·연예·예능 유튜브는 뉴스·시사, 크리에이터, 스포츠 등의 요인이 컸다.
이를 통해 김 교수는 "분석 결과 OTT 플랫폼별로 선호하는 콘텐츠의 종류는 다르지만 공통으로 신규 가입자 확보와 구독자 유지를 위해서는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빠르고 신속하게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획기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만간 성장 정체에 도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다만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서 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트렌드에 밀접하게 관련 있는 화제성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유석 오픈루트 실장도 "최근 미국에서 실시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OTT 선택 기준은 '내가 원하는 콘텐츠가 있는가'였다"면서 "콘텐츠가 OTT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인 것은 자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제했다.
김 실장은 OTT 시대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원 지원 정책과 기반 마련 정책이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원 지원 정책으로는 ▲ 모태펀드 등 OTT 경쟁력 제고를 위한 펀드 조성 ▲ 콘텐츠 산업 특성을 고려한 공제율 상향 조정 ▲ 모태펀드의 규모 확장보다는 자율적인 재원 투자를 유도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반 마련 정책으로는 ▲ 원천 서사 발굴에서부터 IP를 활용한 부가 상품 판매까지 종합적 지원 ▲국내 콘텐츠 산업 핵심 경쟁력인 작가, PD, 출연진 등 제작 인력 강화를 위한 교육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IP 확보 위한 지원 방안 시급…콘텐츠·플랫폼 균형있는 육성도 강조
이날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미디어 업계 전문가들은 OTT시대 영상 콘텐츠 진흥을 위해선, 중소 제작사가 IP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정부 지원과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창작자 육성과 VFX 등 특수촬영·효과를 위한 인프라 지원도 시급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믿을 것은 결국 우리 콘텐츠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K-콘텐츠 육성을 위해선 '미디어 거버넌스 재편'을 통한 통합 지원 체계 구축과 콘텐츠 원천인 창작 인력에 대한 육성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OTT사업자 간 협력 모델 구축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고려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홍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세 개 부처가 나눠 2천억원 정도를 지원한다"며 "전체적인 규모를 늘리고 통합 관리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규 강원대 교수는 'IP 확보의 중요성'을 지목하고, 제작사들이 IP를 확보하게 됐을 때 사업을 확장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우리 제작사들이 '해외 OTT의 하청기지'란 말이 나오는 것은 IP를 뺏긴다는 논의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러나 IP를 확보하게 되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로드맵을 불명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기업을 중심으로 제작시장이 수직계열화되는 상태에서 중소 제작사가 IP를 어떻게 발굴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작사를 대표해 참석한 김세연 초록뱀미디어 부대표는 '중소규모 제작사가 IP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제작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김 부대표는 "사실상 IP 확보가 핵심인데, 재원이 없으면 OTT에 팔 수 밖에 없다"면서 "메타버스, NFT 등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선보일 수 있겠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제작사들이 IP를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창희 카이스트 겸직교수(박사)도 국내 콘텐츠 시장 진흥을 위해선 IP 확보를 통한 다양한 사업확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노 박사는 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은 제작단과 플랫폼에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작사에만 치우친 지원은 자칫 해외 사업자들의 역할을 정부가 대신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 교수는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과 동시에 플랫폼 사업자가 기여하는 부분에 대한 보상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또 레거시의 성과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으로 레거시까지 보지 않으면 내실 있는 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강지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광고과 과장은 올해부터 중소 제작사 IP발굴과 확보를 위한 지원방안을 추진한다고 답했다.
강 과장은 "글로벌 OT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견제가 필요하다"면서 "제작사들이 IP를 가지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해 IP활용형 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문체부는 신규 K-콘텐츠 공급 활성화와 IP개발 및 확보를 위해 제작, 인력양성, 인프라 등 콘텐츠 생태계 지원 방안을 가동한다. 116억원을 투입해 OTT 특화 콘텐츠 제작 지원에 나서고, 영상 콘텐츠 기획·유통·기술 전문 인력양성을 위해 OTT 콘텐츠 특성화 대학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VFX 등 특수촬영·효과를 위한 제작 스튜디오도 지원한다.
/송혜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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