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네덜란드 노광 장비 업체 ASML의 독일 베를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반도체 업체에 독점 공급하는 회사다. 반도체 업계에선 이번 화재로 EUV 장비의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의 EUV 부품을 생산하는 베를리너 글라스 공장에서 3일(현지시간) 화재가 일어났다.
트렌드포스는 "전체 공장 면적 3만2천㎡ 중 200㎡(약 60평) 정도가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ASML은 피해 규모, 업계에 미칠 영향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ASML은 "현재 피해 상황이나 이번 사고가 올해 EUV 장비 생산 계획에 미칠 영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이르다"며 "피해 조사에 시일이 걸릴 것이며, 가능한 한 빨리 시장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ASML의 화재 규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UV 장비의 리드타임은 통상 1년6개월 안팎인데 이번 화재로 이 기간이 더 길어지면 반도체 생산에 영향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노광 공정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TSMC,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에 이어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난야테크놀로지 등 D램 업체들도 EUV 공정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EUV 장비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위에 빛으로 회로를 새기는 작업에 필요하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이 약 14분의 1가량 짧아 한층 반듯하고 균일한 회로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 회로를 새길 수 있는 유일한 장비로 평가 받고 있다. EUV 장비 한 대당 가격은 1천500억~2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수요 급증으로 3천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가 ASML에서만 생산되다 보니 공급량은 제한적이다. ASML에서 한 해 생산되는 EUV 장비 수는 한 해 30~40대에 불과하다. 더구나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리드타임은 길어지고 EUV 장비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ASML의 EUV 장비 리드타임은 약 12~18개월"이라며 "ASML이 새로운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하는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EUV 장비 리드타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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