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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실트론 사건' 최태원, 직접 소명까지 했는데…공정위 제재 결정


"최태원 회장,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 활용해 계열회사 사업기회 이용“

[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에 대해 SK㈜가 2017년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이 일부 SK실트론 지분을 헐값에 확보해 회사의 이익을 빼앗은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공정위는 SK㈜가 특수관계인 최태원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총 16억원(SK㈜ 8억·최 회장 8억)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에 대해 지배주주의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 활용해 계열회사 사업기회를 빼앗은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에 대해 지배주주의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 활용해 계열회사 사업기회를 빼앗은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이번 SK실트론 사익편취 사건의 쟁점은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인수를 사업기회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또 SK가 의도적으로 지분 인수를 포기했는지도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이날 공정위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SK㈜는 LG실트론(현 SK실트론)의 주식 70.6%를 직·간접적으로 취득한 후 잔여주식 29.4%를 취득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SK㈜의 대표이사이자 SK의 동일인인 최 회장이 취득할 수 있도록 인수 기회를 합리적 사유 없이 포기했다. 나아가 최 회장의 잔여주식 취득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사업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SK㈜가 앞선 주식 취득 과정에서 잔여주식 29.4% 인수는 '추후 결정' 하기로 내부 검토했는데, 이후 최 회장이 2017년 4월 14일 인수 의사를 피력하자 이사회의 심의를 통한 합리적 검토 없이 장동현 SK㈜ 대표이사 부회장이 SK㈜의 입찰 참여를 포기토록 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SK㈜가 매도자인 우리은행 측과 비공개 협상을 진행하고, SK㈜의 임직원이 주식 매매 계약 체결 전 과정을 지원해 최 회장이 잔여주식을 확정적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봤다. 그 결과 최 회장은 2017년 8월 24일 이 사건 잔여주식 29.4%를 취득했으며, 이러한 사업기회 제공행위를 통해 최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된 것으로 결론 냈다.

이에 공정위는 해당 이익이 사업기회의 정당한 귀속자인 SK㈜에게 귀속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동의(이사회의 승인)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이를 위법하게 이용해 최 회장에게 귀속시키고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SK㈜가 사업기회를 포기하고 대신 이를 최 회장 자신이 취득하는데 관여하는 등 사업기회 취득 실현을 위한 행위를 하게 한 점 ▲귀속된 이익의 규모가 상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최 회장 이익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이번 조치는 사업기회 제공행위와 사실상 동일한 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상법 상 '회사기회 유용금지' 규정이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당 규정을 적용한 소송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계열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최초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제재한 사익편취 행위와 달리 자연인인 동일인에 대한 직접적인 부당한 이익제공행위를 제재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며 "특히 사업기회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작위의무가 있는 자가 사업기회를 포기해 제공 객체가 이를 이용토록 하는 소극적 방식의 사업기회 제공행위를 처음으로 제재했다는 점에서도 그 중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고등법원에서 법정 다툼 이어간다

이번 SK실트론 사익편취 논란은 지난 2017년 SK㈜가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인 LG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지분 100%를 모두 인수하지 않고, 최 회장이 잔여지분 29.4%를 취득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SK㈜는 LG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천원에 인수하고, 같은 해 4월 19.6%를 주당 1만2천871원에 추가로 확보했다. 나머지 주식 29.4%는 같은 가격(1만2천871원)에 최 회장이 사들였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SK㈜가 지분을 싸게 사들일 기회를 포기하고, 최 회장에게 사업 기회를 넘겨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공정거래법 제23조에 따르면 공시 대상 기업은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

이에 공정위는 조사를 착수,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SK㈜와 최 회장에 대한 제재안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SK 측에 발송했다. 특히 과징금·시정명령뿐 아니라 검찰 고발 조치까지 하는 방안을 심사보고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종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하고자 입장하는 모습. [사진=오유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종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하고자 입장하는 모습. [사진=오유진 기자]

공정위는 이달 15일 오전 10시 세종 정부세종청사 세종심판정에서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관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전원회의는 법 위반 기업을 제재할지, 어떤 처벌을 내릴지 등을 정하는 공정위의 최고 의결 기구다.

당초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이달 8일에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직접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 일정을 이날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전원회의의 비공개 심의를 요청해 회의 내용은 일부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서 위법성이 없었다는 점을 소명하기 위해 공정위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 지분 취득 이유와 배경 등에 대해 적극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기업 총수가 이례적으로 전원회의에 직접 참석하는 등 최 회장의 노력에도 불구, 공정위는 최 회장이 취득한 지분이 부당한 이익을 만드는 사업기회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전원회의 결정은 법원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과징금 부과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SK는 고등법원에서 법정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유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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