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를 가속화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17일 2021년 하반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정몽구 명예회장의 마지막 가신으로 불리는 윤여철 부회장을 비롯해 이원희 사장, 이광국 사장, 하언태 사장이 퇴진했다.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경영과 고성능차 개발을 이끌었던 외국인 임원인 피터 슈라이어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사장도 일선에서 물러난다.
윤여철 부회장의 퇴진은 취임 2년째를 맞은 정의선 회장의 '친정 체제'가 완성되고, 세대교체가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그해 연말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진행한 바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주도했던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서보신 현대차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또한 장재훈 현대차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정재욱 현대위아 사장 등 정의선 회장의 참모로 불리는 젊은 경영진들이 대거 사장으로 승진했다.
다만 마지막 'MK(정몽구) 가신'으로 불렸던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현대차의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끌어내는 등 노무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윤 부회장은 올해도 현대차의 3년 연속 무분규 임금단체협상을 이끌어내면서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유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세대교체 완수를 위해 결국 고문으로 물러나게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질적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 외국인 임원인 디자인경영담당 피터 슈라이어 사장과 연구개발본부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도 일선에서 물러난다.
슈라이어 사장은 정의선 회장이 기아 사장이던 2006년 삼고초려를 통해 영입한 인물이다. 정의선 회장은 '디자인 경영'을 선포하며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디자인을 총괄했던 피터 슈라이어를 직접 영입했다.
이후 슈라이어 사장은 기아는 물론 현대차의 디자인 혁신을 이끌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부회장 시절이던 2014년, BMW의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도 영입한 바 있다. 비어만 사장은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의 개발을 이끌며 세계 일류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정의선 회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질적 성장을 이끌던 두 외국인 임원은 일선에서 물러나 각각 담당분야의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게 된다.
슈라이어 사장은 디자인 어드바이저를 맡아 그룹의 디자인 철학과 혁신에 공헌해 온 경험을 살려, 우수 디자이너 양성과 대외 홍보 대사 및 협업 지원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서 연구개발본부를 이끌어 온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엔지니어 육성 및 고성능차 개발·런칭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다.
두 외국인 임원이 퇴임했지만 새로운 외국인 임원도 영입돼 눈길을 끈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CBO(Chief Brand Officer)로 그레이엄 러셀 상무를 영입 임명했다. 그레이엄 러셀 상무는 벤틀리·맥캘란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 쌓은 전략 수립 경험 및 마케팅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네시스 고객 경험 전반에 걸쳐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올해 임원인사에서 현대차 66명, 기아 21명, 현대모비스 17명, 현대건설 15명, 현대엔지니어링 15명 등 총 203명의 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특히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3명 중 1명은 40대로 대대적인 발탁 인사가 이뤄졌다.
/강길홍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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