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국내 상장사들이 연말로 접어들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다만 자사주 매입을 위해 체결한 신탁계약이나 주식배당 등의 방식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전날(13일)까지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 매입 공시를 낸 상장사는 총 45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28곳이 신탁계약 방식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자사주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직접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뜻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는 신호를 주식시장에 보내게 돼 통상 호재로 작용한다. 또한 기업이 자사주를 직접 취득하면 6개월 간 처분할 수 없기 때문에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때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기업이 직접 장 중에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과 증권사, 은행 등 금융기관에 자사주 취득을 맡기는 신탁계약 방식이다.
문제는 자사주 직접 매입 방식의 경우 기존에 매입하기로 밝힌 수량을 전부 취득해야 하지만, 신탁계약 방식은 금융기관과 약정한 계약금액만큼의 자사주를 반드시 사들여야 하는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직접 매입 방식은 공시 발표 이후 3개월 이내에 반드시 취득해야 하지만, 신탁계약 방식은 회사와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신탁계약 체결 이후 연장하거나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입으로 이어지지 않고 계약이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해지한 상장사는 총 112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처음 발표한 자사주 매입 금액만큼 자사주 취득을 완료한 기업은 29곳으로 전체의 25.9%에 불과했다. 계약금액 가운데 자사주 매입 비율이 5% 미만인 곳도 10곳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기주식을 예정기간 내에 취득 또는 처분하고자 신고한 주식 수 보다 적게 매매거래주문을 냈을 경우, 해당 법인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한다"며 "또한 해당 사실을 공시매체에 게재하고, 해당 법인에게 통보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실시하는 주식배당도 일종의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금을 받는 현금배당과 달리 주식배당의 경우 투자자들이 주식을 배당 받아도 보유 지분 가치가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배당을 실시하기로 공시한 상장사는 총 20곳이다. 이 중 8곳이 주식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코스닥 상장사 삼진은 보통주 0.2주를 주식배당한다고 지난 10일 공시했다. 주식 10주를 가지고 있으면 2주를 받는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나스미디어(0.1주), 광진윈텍(0.1주), 메디톡스(0.05주), 케이엠(0.05주), 디아이동일(0.025주), 서부T&D(0.02주), 인터로조(0.02주) 등이 주식배당을 공시했다.
하지만 주식배당은 배당 전과 후의 시가총액이 동일해야 하기 때문에 배당락일(배당을 받을 권리가 없어지는 날)에 인위적으로 주가가 하향 조정된다. 이에 투자자들은 주식배당에 따른 보유 지분 가치가 증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없다.
다만 주식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의 경우 현금을 비축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장점도 존재한다는 의견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배당을 통해 주가가 떨어지면 주가가 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적정한 기업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분들은 이걸 주가하락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식을 배당하면 기업이 현금을 보유해 새로운 투자 기회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나 기업이 보유한 현금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주의 깊게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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