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으르렁대던 인텔과 TSMC 경영진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논의를 위해 회동한다.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지원 법안의 보조금을 놓고 양사간 기싸움을 벌인 후여서 이번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인텔은 이번 만남에서 3나노미터(㎚, 10억 분의 1m) 공정을 활용한 반도체 생산을 TSMC에 맡길지 논의할 예정이다. 논의 결과가 TSMC와 파운드리 수주전을 벌이는 삼성에 악재가될지, 기회가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13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부터 대만을 방문해 TSMC 경영진과 회동한다.
겔싱어 CEO는 TSMC 경영진과 TSMC가 내년 도입할 3나노 공정을 활용한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양사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놓고 설전을 벌인 후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하원에는 520억 달러(약 61조5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인센티브 법안이 계류돼 있고 이는 내년 통과가 예상된다.
겔싱어 인텔 CEO는 "미 납세자의 돈이므로 미국 기업에만 보조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텔의 도발에 뿔난 TSMC는 "그렇게 하는 건 미국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회사는 이같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반도체 생산에선 실리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인텔은 올 초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지만 내년에 3나노 공정 반도체를 자체 양산하기엔 기술적으로 역부족이다. TSMC나 삼성에 반도체 생산을 맡겨야 하는 셈이다. 올해 TSMC와 삼성전자는 내년에 3나노 공정의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TSMC도 세계 최대 CPU 업체인 인텔은 놓치기 아까운 고객사다. 인텔과 TSMC는 파운드리 가격 등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로서도 TSMC와 인텔의 협의 결과가 중요하다. 인텔과 TSMC의 논의가 원활하면 삼성에 악재지만 틀어지면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내년 3나노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GAA는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은 이를 TSMC보다 앞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매출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53.1%, 삼성전자는 17.1%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로선 TSMC와 좁혀야 할 격차가 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TSMC의 이탈 고객을 노리고 있다. AMD는 TSMC가 애플 제품을 우선적으로 생산하려하자 4나노 공정의 크롬북 CPU 생산을 삼성에 맡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퀄컴도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스냅드래곤888'로 파트너십을 맺은 이래 '스냅드래곤888플러스', '스냅드래곤8 1세대'까지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길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가세하긴 했지만 5나노 이하 공정은 삼성과 TSMC만 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에도 양사의 수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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