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의 세트 부문 수장에 올라선 한종희 부회장이 무선사업부 명칭을 'MX사업부'로 변경하며 새로운 '갤럭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에 본격 착수했다. 모바일, PC, 웨어러블 제품을 넘어 가전, TV까지 아우르는 삼성만의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미래 선제 대응과 함께 애플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무선사업부 명칭을 'MX 사업부(Mobile Experience 사업부)'로 변경했다고 10일 밝혔다.
새로운 명칭 MX(Mobile Experience)는 스마트폰부터 태블릿, PC, 웨어러블 등 다양한 제품은 물론, 고객 서비스까지 편리하게 연결된 '갤럭시 에코시스템'과 개방형 파트너십을 통해 소비자가 자신에게 최적화된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사업부 명칭 변경은 미래지향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며 "동시에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철학을 투영시킴으로써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다각화하는 고객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에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나선 것은 경쟁사인 애플처럼 강력한 모바일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업계의 지적이 주효했다. 그동안 업계에선 삼성전자 무선 제품은 하드웨어 완성도는 뛰어나지만 UI·UX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끊임없이 나왔다. 또 애플 역시 최근 전기차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애플TV'를 론칭하는 등 영역과 경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도 위협 요소로 작용했다. 여기에 중국 화웨이, 샤오미도 현지 업체와 손잡고 직접 전기차 사업에 뛰어드는 등 모바일 사업 경계를 넘어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무선사업부문의 경영진단을 실시해 지난달 말 마무리짓고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 부문을 이번에 세트 부문으로 10년 만에 통합시켰다. 통합 리더십 체제를 출범시킴으로써 조직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애플과 중국 업체들 사이에 끼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젠 단순히 단말기 위주로 사업을 펼치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며 "가전과 서비스, 모바일 기기간 융합 시너지를 내야 경쟁사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는 새로운 '갤럭시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로 국내 최고 TV 전문가인 한종희 부회장을 세트 부문장으로 택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해 TV 부문에서만 30년 넘게 몸 담은 인물로, 삼성전자 TV가 세계 1등을 유지하는데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는다. 내년 1월에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2'에 참석해 '공존의 시대'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으로, 대내외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또 한 부회장은 그 동안 새로운 TV 패러다임을 강조하면서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크린 에브리웨어'를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더불어 무선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노태문 사장과 네트워크사업부 수장인 전경훈 사장과 함께 앞으로 사업간 시너지 창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 부회장이 삼성의 다양한 디바이스를 하나로 연결해 어디서든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바이스 에브리웨어'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는 세트 사업 통합 이후 갤럭시 모바일 생태계를 바탕으로 가전과 TV 등에 개인 맞춤형 서비스 발굴에 속도를 낼 것 같다"고 관측했다.
특히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앞으로 가전에 먼저 도입한 비스포크 개념을 스마트폰으로 확장해 선보인 '갤럭시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등의 성공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음성 인공지능(AI) 플랫폼 '빅스비'와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 등의 서비스 고도화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최근 진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홍유진 세트(SET)부문 무선사업부 UX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는 점에서도 향후 갤럭시 생태계 변화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 부사장은 소프트웨어(SW)와 풍부한 개발 경험을 보유한 UX 전문가로, 폴더블폰과 갤럭시워치, 갤럭시노트 PC UX 개선 등 무선 제품 사용자환경(UI) 강화를 주도했다.
앞서 홍 부사장은 2016년 삼성전자 뉴스룸 인터뷰에서 "미리 계획해 순차적으로 디자인하고 개발하던 과거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OS 변화는 물론, 시장과 소비자의 흐름을 그때그때 파악하고 곧바로 반영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우수한 가전, 서비스, 모바일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한 만큼 이를 연결만 잘 시킨다면 향후 시너지가 더 커질 것"이라며 "현재로선 단말과 서비스, 다양한 사업과 연결시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새로운 갤럭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지향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고객 경험 중심의 업계 리더로서 제품 및 서비스의 확장성과 연결성을 토대로 갤럭시 에코시스템을 꾸준히 확대해 총체적 경험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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