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향후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를 2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이 같이 공언했던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이 '고객 다변화' 전략을 앞세워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좋은 성과를 거둬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3년만에 '1조 클럽'에 일찌감치 복귀한 상태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삼성전자 관련 매출 비중은 2015년까지만해도 61.8%에 달했으나 올해 2분기부터 20%대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 2019년에도 47.1%였던 이 비중은 2020년에 33.7%로 감소했다. 삼성전자 관련 매출은 이 기간 동안 19.2% 줄어 2019년 3조4천224억원에서 2020년 2조7천6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 기판 등을 탑재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든 탓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주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삼성전기의 전체 매출은 2019년 7조7천억원에서 2020년 8조2천억원으로 오히려 늘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기가 삼성전자 대신 애플이나 샤오미 같은 글로벌 공급처를 확보하며 고객사를 다변화한 효과 덕분이다. 삼성전기는 현재 애플에 5G 스마트폰용 초고용량 MLCC를, 샤오미·오포 등에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도 꾸준히 이어졌다. 삼성전기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약 33.7%를 기록했으나, 2분기에는 26.3%,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소폭 늘어난 27.1%로 집계됐다. 2015년에 비해선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반면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샤오미는 지난 2분기부터 삼성전기의 주요 고객사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삼성전기는 주요 매출처 항목에 '삼성전자와 그 종속회사'만을 언급해 왔으나, 올해 상반기에 샤오미의 매출 비중이 14.2%로 10%를 넘자 이를 새롭게 표기했다.
또 샤오미는 3분기에도 삼성전기 전체 매출에서 11.4%의 비중을 차지해 주요 매출처에 이름을 올렸다. 비중은 전분기 대비 2.8%p 줄었으나, 매출은 2분기(4천427억원)보다 93.6% 늘어난 8천572억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그동안 외부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며 "애플을 비롯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 관련 매출까지 확대해나가며 고객 다변화를 추진한 결과 좋은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관련 매출 비중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고객 다변화와 함께 MLCC 사업 성장세가 더해지며 호실적 흐름을 이어 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에는 MLCC 업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매출 2조6천887억원, 영업이익 4천578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해 주목 받았다. 또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1천286억원으로, 창립 이후 처음으로 3분기만에 1조원을 돌파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는 직전 최대였던 2018년(1조1천698억원) 연간 영업이익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올해 4분기에도 호실적이 예고된 만큼 사상 최대 영업익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삼성전기가 최근 영업적자를 내던 기판사업부 내 경연성회로기판(RF-PCB) 사업에 대한 사업중단 공시를 내고 효율화 작업에 착수한 것도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업부는 지난해 매출액 4천278억원, 영업적자 500억~1천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일각에선 삼성전기가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FC-BGA는 인텔·엔비디아 등 대형 시스템반도체기업과 서버업체 등이 주로 활용하는 부품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삼성전기는 수요 폭증에 대비하기 위해 향후 생산라인 증설에 1조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FC-BGA는 제조 난이도가 높은 데다 기술 진입장벽도 높아 양산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기 등 10여 개 업체에 한정돼 있다"며 "FC-BGA가 향후 삼성전기의 호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시장에선 삼성전기의 올해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연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조9천360억원과 1조5천13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내년에는 연매출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차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제품 믹스와 비주력사업부 매각으로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예상 매출액은 10조3천억원으로, 올해 최대 실적에도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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