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진 연한과 직급 노출을 없애는 등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뉴 삼성' 기틀을 마련한다. 성과주의에 기반한 역량 평가와 수평적인 조직 문화 구축, 업무 효율성 극대화가 제도 개편의 핵심 키워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승격제도 ▲양성제도 ▲평가제도를 중심으로 한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29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임직원 온라인 대토론회 및 계층별 의견청취 등을 통해 인사제도 혁신방향을 마련했으며, 최종적으로 노사협의회·노동조합 및 각 조직의 부서장과 조직문화 담당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해 세부 운영방안을 수립했다. 이번 인사제도 혁신안은 내년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인사제도 혁신은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하여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하고 ▲인재양성을 위한 다양한 경력개발 기회와 터전을 마련하며 ▲상호 협력과 소통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방향이다.
우선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과감히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할 수 있는 삼성형 패스트 트랙(Fast-Track)을 구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부사장·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해 임원 직급단계를 과감히 축소함과 동시에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해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기로 했다.
직원 승격의 기본 조건이었던 '직급별 표준체류기간'도 폐지하는 대신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하기 위한 '승격세션'을 도입한다.
고령화, 인구절벽 등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우수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도 도입한다.
회사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매년 3월 진행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한다.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 확산을 위해 사내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할 예정이다.
인재제일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력개발 기회를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며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터전도 마련할 계획이다.
'사내 FA(Free-Agent)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공식 부여해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한 역량향상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 및 해외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일정기간 상호 교환근무를 실시하는 'STEP(Samsung Talent Exchange Program) 제도'를 신규 도입해 차세대 글로벌 리더 후보군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을 마련해 복직시 연착륙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고,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환경 구축을 위해 카페·도서관형 사내 자율근무존을 마련하는 등 '워크 프롬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 정책'도 도입할 예정이다.
회사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성과관리체제를 전면 도입해 상호 협력과 소통을 이끌어 내고 조직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엄격한 상대평가 방식에서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다만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할 예정이다.
부서원들의 성과창출을 지원하고 업무를 통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부서장과 업무 진행에 대해 상시 협의하는 '수시 피드백'을 도입한다.
또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프로세스를 보완하고 임직원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피어(Peer)리뷰'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며,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임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자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문화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에도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직원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여 인사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개편은 이재용 부회장의 수평적인 조직문화 구축, 유능한 인사 발탁 등 인재 철학과 맞닿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9년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며 젊은이들 고민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소중한 아들딸들에게 기회, 꿈과 희망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자율 출근제'를 도입해 일률적인 출퇴근 시간 적용에서 벗어나 임직원들이 육아 등 개인 사정과 시간 활용 계획에 따라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으며, 2012년에는 이를 확대해 자율 출퇴근제로 발전시켰다.
2018년에는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보다 자율적이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여성인력 간담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산업은 물론 직장 생활, 가정 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꿔야 할 뿐 아니라 잘못된 것, 미흡한 것, 부족한 것을 과감히 고치자"며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한 바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 중에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방문해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이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 새로운 삼성을 함께 만들어가자"며 '뉴 삼성' 구축을 재차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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