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에서 합병 전후 이 부회장이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로부터 경영 승계 조언을 받았는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수 년에 걸친 승계 조언이었다고 주장한 반면 골드만삭스와 이 부회장 측은 고객에 대한 일반적인 마케팅 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1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2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골드만삭스 한국지사 IB부문 대표였던 정 모씨가 출석했고 변호인의 반대 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정 씨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비공식 자문을 진행한 인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2011년부터 삼성에버랜드(이후 제일모직으로 사명 변경),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등 그룹 승계 과정에서 수차례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직접 받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 변호인은 골드만삭스가 이 부회장에게 제안한 아이디어는 마케팅 '피칭'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증인에게 "검찰 주 신문에서 골드만삭스가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에 매각 등 지배구조개편 아이디어를 제공한 게 마케팅이다고 답했냐"고 질의했다. 정 씨는 "맞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IB가 잠재 고객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걸 피칭이라고 하는데 이런 말을 많이 쓰냐"고 물었다.
정 씨는 "피칭은 골드만삭스 뿐만 아니라 IB들의 일반적인 영업방식"이라고 답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원활한 수임과 고객 유지를 위해 이 부회장과 같은 대주주뿐 아니라 실무진 접촉 관계유지도 중요햐냐"고 질의했다. 증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정 씨는 "골드만삭스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해도 실무라인이 공감하지 않으면 일이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며 "골드만삭스에서 수임하고자 했던 인수·합병(M&A)이나 상장(IPO) 등은 더 그랬을 것"이라고 물었다. 증인은 "그렇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삼성생명 지분 매각 논의도 이 부회장이 큰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이 부회장과 골드만삭스가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변호인은 골드만삭스가 관계자가 이 부회장과 만난 내용을 2012년 12월에 증인과 공유한 이메일을 제시했다.
변호인은 "메일을 보면 골드만삭스 관계자가 생명 이야기를 꺼냈고, 이 부회장은 몇 년 후에나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며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생명 매각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했지만 이 부회장은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어떤가"라고 물었다.
정 씨는 "팔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답했다.
삼성물산 합병 23차 공판은 18일 휴정하고 25일 열린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휴정일 전후 미국 출장길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조원 규모의 미국 내 삼성전자 제2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투자 최종 확정을 위해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은 예정된 행보였다"며 "시기를 조율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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