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고정삼 수습 기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실적 회복 기대감으로 호텔신라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앞서 3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로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지만 개인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저가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면세업종의 시장 상황과 중국 소비시장의 둔화 우려 등을 거론하며 신중한 투자 접근을 당부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5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호텔신라 주식을 총 2천563억원 가량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15거래일 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1천112억원)과 외국인(1천477억원)은 대거 매물을 쏟아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공세는 지난달 29일 호텔신라가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본격화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실적 발표 이후에도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매수 물량을 더욱 늘렸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단 5거래일 만에 사들인 호텔신라 주식이 무려 1천845억원 규모다. 호텔신라는 이 기간 개인투자자 순매수 종목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기관(836억원)과 외국인(1천12억원)은 매도 물량을 늘리면서 개인 투자자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호텔신라는 이 기간 기관과 외국인 순매도 종목 상위 1위와 6위에 올랐다.
부진한 실적에 호텔신라의 주가도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 5일 종가(8만200원)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 고점을 기록했던 지난달 26일(9만1천300원) 보다 12.1% 하락한 상태다.
호텔신라는 지난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1% 상승한 9천68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09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호텔신라의 3분기 영업이익을 480억원 수준으로 추정해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영업이익이 그보다 56.8%나 낮은 수준에 그쳐 '어닝 쇼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호텔·레저 사업부문의 흑자 전환이 호텔신라의 이익 개선에 일부 기여했지만, 면세 사업부문의 실적 부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최윤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면세업의 영업환경이 녹록하지 못했다"며 "따이공(중국인 구매대행상) 매출 비중이 95%로 추정될 만큼 의존도가 절대적인 환경에서 시장점유율(M/S) 유지를 위한 과도한 비용 지출이 수반된 결과"라고 말했다. 국내 면세 업체 간의 출혈 경쟁이 수익성 악화를 이끌었단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국내외 면세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중국 소비시장에서 수요도 둔화되고 있는 점 등의 우려가 남아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 시내점의 수익성 축소 원인은 따이공 수수료 부담이 상승하고, 중국 화장품 시장이 둔화되면서 따이공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호텔신라는 매출 확보를 위해 할인과 수수료 지급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여행 재개 전까지는 따이공에게 100%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탈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여행의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과정에서 면세업종의 경쟁 심화와 중국 소비 둔화와 같은 단기적인 우려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4분기가 전통적인 성수기임에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기 때문에 (투자에) 기다림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다만 글로벌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라 면세점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이는 호텔신라의 주가 상승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로 전환돼 단계적 일상 회복이 진행될 전망"이라며 "내년에는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와 외국인 한국 방문객수의 점진적 증가로 면세업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에는 호텔신라의 면세점 실적이 호전되고, 호텔 사업부문도 흑자 전환해 양호한 실적 모멘텀(주가 상승 동력)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성 기자([email protected]),고정삼 수습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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