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LG화학이 일본 도레이와 손잡고 유럽 이차전지용 분리막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폴란드 제1 공장 가동을 시작한지 20여일 만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소재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과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화상으로 열린 체결식에 참석한 가운데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합작법인명은 'LG Toray Hungary Battery Separator Kft'다.
합작법인은 50:50 지분으로 설립되며, 30개월 이후 LG화학이 도레이의 지분 20%를 추가로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양사는 LG화학의 초기 출자금을 포함해 총 1조원 이상을 단계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공장은 헝가리 북서부 코마롬-에스테르곰 주 뉠게주우이팔루 시에 위치한 기존 도레이 관계회사(Toray Industries Hungary Kft) 공장 부지에 설립된다. 총면적은 42만m²로, 이는 축구장 60개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양사는 2028년까지 연간 8억m²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2년 상반기 중 라인 증설에 들어갈 예정이며, 양산된 분리막은 폴란드 보르츠와프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등 유럽 배터리 기업들에 공급된다.
LG화학은 이번 도레이와의 합작으로 SKIET와 직접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SKIET는 지난 6일 유럽 첫 생산 거점인 폴란드에서 분리막 제1 공장 준공식을 개최, 4분기 상업 가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IET는 분리막 중에서도 티어1 습식 분리막 분야 선두 기업이다. 티어1 습식 분리막은 테슬라·폭스바겐·현대차 등 주요 전기차 업체에 공급되는 프리미엄 분리막이다. SKIET는 지난해 해당 분야 시장점유율 26.5%를 기록,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SKIET는 유럽 분리막 시장 장악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폴란드 실롱스크 주에 오는 2024년까지 총 2조원을 투자해 유럽에서 최대 규모인 15억4천만㎡의 분리막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그 일환으로 테스트 가동 중인 제 1공장을 비롯해 연산 3억4천만㎡ 규모의 제 2공장은 2023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각각 4억3천만㎡의 규모의 제 3·4공장도 지난 7월 착공에 들어갔다.
그간 업계에서는 SKIET가 한국·중국·유럽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어 이에 발 맞춰 LG화학도 조만간 해외 시장에서의 프리미엄 분리막 사업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발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해온 바 있다.
SKIET의 계획이 모두 실현될 경우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떼낸 후 자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돼서다.
그러나 이번 합작으로 LG화학은 원단 생산부터 자체 보유한 코팅 기술까지 분리막 사업의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고, 도레이는 티어1 습식 분리막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했다.
이로써 양사는 경쟁력 하락 우려를 일정 부분 씻어내며, 빠르게 치고 나가는 SKIET을 좇을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도레이의 생산능력은 SKIET의 절반 수준이지만 양사가 보유 중인 기술력으로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해나간다면 유럽 이차전지용 분리막 시장 점유율을 좁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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