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닭고기 브랜드 하림이 라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림은 지난 14일 'The 미식장인라면'을 공개하면서 출시가를 봉지라면은 개 당 2천200원, 컵라면은 개 당 2천800원으로 책정했다. 이 같은 가격은 경쟁사 제품 대비 평균 2배 가량 비싼 수준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편의점 업계에 컵라면의 경우 개 당 판매 장려금 1천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지 라면은 700원의 장려금이 지급된다. 하림 측은 통상적인 마케팅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편의점 업계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알뜰주유소가 주유업계에서 시장교란 논란을 야기시킨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는 지적이다.
◆ 고가 '장인라면' 가격은 판매장려금·이정재 탓?
하림의 공격적 판매 장려금은 신제품 출시에 맞춰 소비자 접점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방법이다. 일부 라면 업계도 신제품 출시의 경우 판매 장려금을 지급하지만, 통상 제품가의 10% 이내로 책정 한다는 게 편의점 업계의 설명이다.
라면 업계 후발 주자인 하림의 이례적 판매 장려금 정책은 기존 라면 업계 강자인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등과의 유통망 경쟁에서 불가피한 점도 있다.
편의점의 경우 점주가 임의로 제품 진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점주는 판매 장려금이 붙은 제품을 매대의 좋은 위치에 놓게 된다. 당연히 해당 제품은 소비자 노출 빈도가 높아지고 판매에도 영향을 끼친다.
또 하림은 장인라면을 출시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이정재를 모델로 기용했다. 광고 업계에서는 이정재의 모델료가 최소 1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에서는 고가 정책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장인라면이 높은 판매 장려금과 고액의 광고모델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으로 분석한다. 초반 공격적 마케팅을 위한 비용과 판매 장려금까지 제품 원가에 반영했다는 주장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라면 신제품의 경우 일부 업체에서 판매 장려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지만, 10% 내외"라면서 "하림처럼 제품가의 30% 이상을 지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 판매 장려금을 받는 편의점 점주들도 가격이 높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편의점 점주 관련 카페 등에는 "장인라면이 한 봉지에 2천200원인 것은 너무 비싸다"면서도 "신제품인데다 판매 장려금이 붙었으니 일단 신청은 했다"는 등의 의견이 주를 이룬다.
◆ 즉석밥·라면 신제품 출시마다 '노이즈 마케팅'
이와 함께 김홍국 하림 회장이 장인라면 출시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도 논란이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막내딸이 라면을 먹으면 아토피 증상이 나타났는데, 그 이유가 라면의 가루스프에 인공 재료가 많이 들어가서였다. (장인라면은) 막내 딸이 먹어봤지만 아토피 증상이 생기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장인라면에 MSG( L-글루타민산나트륨)를 후첨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지만, 이 발언은 MSG가 건강에 유해하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SG로 알려진 L-글루타민산나트륨은 지난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이미 판명됐다고 밝혔다.
식품 업계 관계자도 "MSG의 경우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라며 "MSG를 먹었다고 아토피가 생긴다는 식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 라면 업계에서는 MSG 첨가 논란에 대해 "소고기나 닭고기를 베이스로 한 라면의 경우 검사를 해보면 MSG 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수 없다"며 "후첨을 했느냐 안했느냐도 원재료 자체에 MSG가 포함돼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냐"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라면 업체만 MSG를 후첨 할 뿐이다.
하림은 앞서 즉석밥 출시와 관련해서도 자신들의 제품에는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마케팅을 폈다. 이 때문에 경쟁사 제품에 들어 있는 미강추출물과 산도조절제 등의 섭취가 몸에 나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미강추출물은 쌀겨 성분인 식품이고, 산도조절제는 '식품의 산도, 알칼리도를 조절하는 식품첨가물'로 사용 기준만 지키면 섭취해도 문제가 없는 것들이다.
하림 측은 판매장려금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통상적인 비율로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일부 언론에 보도 된 원가의 20%를 낮춰 납품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제품 공정과 재료 때문에 제품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헌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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