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불거진 웹툰·웹소설 작가들과의 계약 관행 상당 부분을 손볼 계획이다. 그간 작가들이 제대로 알지 못했던 수익 정산 내역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MG(마이너 개런티) 수익 배분율도 보다 작가들에게 많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간 출판업계 등에서 지적했던 지나치게 긴 작품 심사 대기 시간을 줄이고,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비인기 작품들에 대한 새로운 수익 모델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18일 유정주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지난주 카카오엔터가 제출한 상생안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작가들이 수익 정산 내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정산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앞서 유정주 의원은 지난 1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에서 웹툰·웹소설 작가들이 CP(에이전시)와 플랫폼 사이에서 구체적인 수익 정산에 대한 계약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제대로 공유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카카오엔터는 작가들과 작품 계약을 맺을 때 중간에 CP를 끼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CP들은 수익 정산 계약 내역을 볼 수 있지만, 정작 CP들이 관련 내용을 제대로 작가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작가들이 '깜깜이' 상태에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 카카오엔터는 개선안에서 정산 시스템 구축과 함께, CP와 계약 시 작가들에게 정산 내역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조항을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엔터는 또 'MG'로 불리는 선투자 계약에 대해서도 손볼 계획이다. 골자는 현행 MG 수익 배분율을 작가들에게 보다 많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카카오엔터는 내부 검토 후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MG는 일종의 '선인세' 개념이다. 카카오엔터가 작가에게 일정 액수를 우선적으로 지급하는 대신, 본격적으로 작품이 팔리고 매출이 나게 되면 카카오엔터 쪽에서 작가나 에이전시에게 돌아가는 매출분 중 선인세 지급액을 빼고 매출을 정산한다. 아직 수익이 나지 않은 작품에 대해 선인세를 지급하기 때문에, 카카오엔터가 위험 부담을 떠안는 대신 MG를 하지 않을 때보다 작가들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떼 간다.
작가들은 카카오엔터가 MG를 받은 작품에 대해 마케팅을 집중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수료율을 더 높게 하고 MG를 수락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명목상 강제는 아니라지만 조회수 등에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카카오가 보다 작가 친화적으로 MG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카카오엔터의 주된 마케팅 수단인 '기다리면 무료'도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기다리면 무료'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대기 시간이 수개월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길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엔터가 자회사 CP를 통해 계약을 맺은 작품에 대해서만 심사를 신속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엔터는 이와 관련, 웹툰·웹소설 심사인력을 보강해 심사 대기 시간을 최대 한 달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다리면 무료'가 적용되는 작품의 폭을 확대해 더 많은 작품들이 프로모션 혜택을 받도록 하고,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하는 비인기 작품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수익 모델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창작자들에게 정산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뷰어엔드 영역의 광고 수익에 대해서도 수익 배분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카카오엔터는 현재 자회사 CP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전수조사에 대해서는 문제가 발생할 시 적극적으로 시정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자회사 CP 전수조사는 카카오엔터가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는 상생안이기도 하다. 또 카카오엔터와 계약하는 CP를 대상으로 표준계약서를 적용하고, 문체부에서 추진하는 상생협의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진수 카카오엔터 공동대표는 문체부 국감 다음날인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밤늦게까지 이어진 마라톤 미팅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성과 과제, 책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며 "그 동안 시장의 '성장'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던 카카오엔터가 이제 산업이 '성숙'하게 될 수 있도록 가장 앞장설 것"이라고 쓴 바 있다. 이에 대해 국감 약 2주 만에 대략적인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다.
/윤선훈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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