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으나 방법론 측면에서는 부실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정작 국회에서 논의 중인 플랫폼 관련 법안들이 실제로 카카오를 명확하게 규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국회에서 나오는 카카오 관련 발언들이 주로 카카오의 사업 확장과 수수료 인상 등에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회가 알맹이 없이 '때리기'부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급격히 달아오른 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토론회명이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인 것을 봐도 이같은 비판을 뒷받침한다.
◆정치권 '저격' 대상 된 카카오…실효적 규제 논의는 의문
현재 국회에 발의된 플랫폼 규제 법안 중 대표적으로 '온플법'이 꼽힌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으로 나뉜다. 두 법안은 주무부처를 각각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전자가 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 이용사업자 간 거래(B2B)만을 규제하는 반면 후자는 플랫폼-이용자 간 거래(B2C)까지 포괄한다.
그러나 양 법안 모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을 규제해 플랫폼 이용사업자를 보호한다는 주요 목적은 같다. 플랫폼을 규제하는 방식 역시 ▲검색 노출·배열 방식 등을 결정하는 기준 공개 ▲일방적인 서비스 이용을 거부·지연하거나 거래 상대방을 차별·제한하는 행위 등 금지 ▲온라인 플랫폼 이용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의 부당한 이용 금지 등으로 비슷하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만으로 최근 도마 위에 오른 카카오의 행위를 규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일방적인 독점 행위를 방지하고,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했다는 점 등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과 수수료 인상 등을 명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규정은 사실상 없다는 평가다.
더욱이 온플법 내 일부 조항들은 IT업계에서 부작용을 우려한다. 상품 검색·배열순위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플랫폼 내에 공지하라는 내용은 사실상 기업의 핵심 정보를 공개하라는 의미로 업계에서는 본다. 계약서 작성 시 필수 기재사항을 열거해 규율하거나(공정화법), 서비스별로 이용약관을 정해 방통위에 신고하도록 하는 안(이용자보호법) 역시 자칫 플랫폼의 영역 확장 등을 제한해 경직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온플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정작 국회에서 카카오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을 바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오히려 이로 인해 플랫폼 생태계의 역동성만 해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갑작스레 불거진 '카카오' 때리기…대선 앞둔 '전략'?
지난 7일 열린 카카오 규탄 토론회 이후 정치권에서는 카카오를 '정조준'한 다양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대부분은 카카오의 무분별한 사업 확대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등을 문제삼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카카오는 규제 완화의 틈새를 이용해 택시, 주차, 대리운전, 스크린골프 등 골목상권으로 깊숙이 침투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던 영세 상인들의 어려움이 더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카카오는 국내 플랫폼 기업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보유한 공룡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잡았다"며 "그 이면에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의 문제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송갑석·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과 갑작스런 유료화와 가격인상을 중심으로 지적을 이어갔다.
그러나 정작 국회에서 논의되는 플랫폼 관련 법안만으로는 카카오의 이 같은 행위를 실질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회가 충분한 법적 논의 대신 국정감사를 앞두고 우선 '플랫폼 때리기'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차기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칼날이 기업 쪽으로 향하는 경우는 그간 반복돼 왔으며 이번엔 카카오가 '타깃'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가 지난 14일 골목상권 침해 사업 철수와 3천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의 상생안을 전격 발표했지만 법적 조치로 인한 성과는 아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인해 다급해진 카카오가 대책을 내놓은 것에 가깝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에 국정감사에 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해 정무위·과방위·국토위·환노위 등 여러 국회 상임위들이 카카오를 잇따라 증인으로 불러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온플법 관련 업계 우려는 여전…"보다 신중한 검토 필요"
업계에서는 이처럼 온플법이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 효과는 미지수인데, 자칫 막 성장하려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산업 전반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플랫폼 규제 법안들은 정부가 거래 기준을 정해주고 업체들이 이에 맞춰 계약을 하도록 하는 방식인데 이 같은 방식의 법안은 전 세계 어디에도 전례가 없다"며 "이처럼 경직된 기준을 두게 되면 자칫 산업 자체의 혁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오히려 기업들이 기준을 회피·우회하기 위한 수단을 내놓을 수 있다"고 우려헀다.
김 교수는 "최근 거론되는 카카오의 '문어발'식 경영이나 수수료 인상 등 지배력 남용 관련 요소는 현행 공정거래법상으로 충분히 규율이 가능한 문제"라며 새로운 규제를 내놓기보다는 현행법을 보다 면밀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온플법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온플법은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그러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로 대표되는 미국 플랫폼이 장악한 이들 시장과 토종 플랫폼이 건재한 한국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EU·일본이 법 시행 전 수년간 실태조사를 벌인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이 같은 숙의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온플법 자체가 외국 사례를 많이 참고한 법안이다 보니 국내에 있었던 여러 플랫폼 관련 사례들을 면밀히 참조해 보다 국내 상황에 맞는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현재는 공정위와 방통위 간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인데 이들 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 자칫 혁신 사업자들에게 애로사항이 될 수 있는 중복 규제를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사실 온플법을 찬성하는 쪽에서도 온플법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플랫폼에 대한 규제 논의를 화두에 올리고, 이를 토대로 반독점 행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그 특성상 독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렇기에 법적으로 이를 규율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우선 빠른 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역시 조만간 위법성 판단 기준의 구체화 등을 골자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단독행위 심사 지침을 제정할 예정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공정위 내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에 디지털 광고 분과를 신설했고 앱 마켓 분과에 있는 인앱결제 조사팀을 확충해 플랫폼 분야 경쟁제한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해 법 위반을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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