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지난 2018년 5월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인 '밤토끼'의 운영자가 구속되며 웹툰업계는 환호했다. 당시 국내 웹사이트 중 일간 방문자 수 8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거대한 불법 사이트가 폐쇄되면서 웹툰 불법복제도 수그러들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이 넘게 지난 현재 웹툰 불법복제는 크게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외에서 유명세를 타는 작품이 많아지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외국어로 무단 번역된 작품들이 불법 웹사이트는 물론 텔레그램,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공유되는 실정이다. 여기에 유료로 연재되는 웹소설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사례도 부각되면서 작가들은 그야말로 사방에서 저작권 침해에 노출됐다.
◆'밤토끼' 폐쇄 이후 나타난 풍선효과…해외서도 웹툰·웹소설 불법 유포 '기승'
9일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이 발간한 '2020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웹툰·웹소설 불법복제 유통 서비스로 인한 합법 웹툰·웹소설 시장의 침해 규모는 약 3천183억원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의 총 트래픽은 263억뷰(PV)로 국내 전체 웹툰 플랫폼 PV인 329억뷰의 80% 수준에 이른다. 웹툰 플랫폼 숫자 역시 2020년 기준 258개로 '밤토끼' 폐쇄 이후에도 매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웹툰·웹소설 불법 유통 사이트만을 추산한 결과로, 실제 피해 규모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평가다. 한국 웹툰과 웹소설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어로 번역된 불법 유통 사이트가 크게 늘어났다. 영어 외 다양한 언어로 번역이 이뤄진 채 무단으로 배포되고 있다.
여기에 이 같은 불법 저작물이 텔레그램, 디스코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작가들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불법 저작물 유포처가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 비공개 블로그 등으로 음성화되는 추세다.
웹소설의 경우 이에 더해 웹툰과는 달리 특정한 사이트보다는 개별 블로그·카페나 SNS 등을 통해 불법 유통이 알음알음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연재물을 텍스트 파일화한 '텍본' 형태로 배포가 이뤄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워낙 유통 양상이 다양하다 보니 정확한 피해 규모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올해 중으로 웹툰과 웹소설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해외 실태조사를 위한 조사방법론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내 작품 해외 곳곳에 떠도는데…아무리 신고해도 '무한 증식'
최근 네이버가 인수한 세계 최대 웹소설·웹툰 자유연재 사이트인 '왓패드'에서 한국 작가들의 웹툰·웹소설 작품들이 무단으로 각종 외국어로 번역돼 유통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나 혼자만 레벨업', '템빨', '전지적 독자 시점'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작품 대다수가 도용 피해를 입었다. 이러다 보니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 등 다수 플랫폼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사태를 파악한 네이버는 관련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어 현재는 웬만한 작품들은 더 이상 검색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때 왓패드에만 170여개에 달하는 한국 웹툰·웹소설이 업로드됐을 정도로 불법 유통이 판을 쳤다. 왓패드에 자신의 작품이 무단으로 실렸다는 작가들의 사례를 심심찮게 찾을 수 있었다.
왓패드는 그나마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진 케이스다. 해외에 서버를 둔 웹툰·웹소설 유포 사이트나 텔레그램 등에서 불법 배포되는 경우 신고할 곳이 애매할 뿐더러, 신고가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실제 유포자의 계정이 정지되거나 사이트가 차단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정지 조치가 취해진다고 하더라도 계정을 새로 만들거나 사이트 주소(도메인)를 약간만 바꾸는 방식으로 다시 불법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김동훈 웹툰작가노조 위원장은 "왓패드는 그래도 네이버에서 즉각적으로 신고가 들어오면 삭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다른 해외 불법 사이트나 업로더들은 신고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도메인이나 계정을 바꾸는 식으로 쉽게 회피한다"라고 말했다.
앞선 한콘진의 보고서를 보면, '밤토끼' 검거 이후 불법 웹툰 플랫폼 트래픽은 4개월 만에 원래 불법 트래픽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보는 독자들이 분명히 늘었음에도 오히려 수익적인 면에서는 타격이 심해졌다. 수년간 한국어로 운영되는 불법 사이트 개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해외에도 이 같은 불법 행위가 성행하면서 '밤토끼' 이후 오히려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 모습이다.
더욱이 상당수 불법 웹툰 사이트들은 불법도박과 음란물 관련 광고를 사이트 곳곳에 붙여 놓아 이들 업체와의 연관성도 의심되는 측면이 있다. 한 웹툰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불법 사이트에서 불법도박 광고 배너를 통해 광고수익을 거두면서 이 같은 방식이 해외 사이트로도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다 보니 해외 불법 번역가들이 처음에는 SNS 위주로 활동했다가 나중에는 규모가 커져 사이트에 배너를 붙여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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