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심지혜 기자] 해외직구로 산 아이폰 등 전자제품에 대한 중고거래가 가능해진다. 그동안엔 처벌 대상이었는데, 앞으로는 1년 이상 사용하면 가능하다. 또한 USB나 소출력 기기(5V 미만)에는 자율규제가 도입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방송통신기자재등의 적합성평가제도 개선 종합계획'을 추진한다고 6일 발표했다.
이는 이날 임혜숙 장관이 주재하는 제14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영상회의에서 의결됐다. 적합성평가 종합계획은 4대 추진전략 및 16개 과제로 구성됐다.
적합성평가는 방송통신기자재를 제조‧판매‧수입하려는 자가 기자재를 시장에 유통하기 이전에 기술기준(전파의 혼신과 간섭을 방지하고 인체나 기자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정부에 등록하거나 인증받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그간 커피 전문점의 진동벨부터 로봇 청소기, 스마트 워치나 블루투스 이어폰 등 안전한 방송통신기자재 이용을 위해 엄격한 사전규제 중심의 적합성평가 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혁신적인 융·복합 제품의 출시에 규제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적합성평가 패러다임을 사전규제가 아닌 사후관리 중심으로 정책을 바꿨다.
◆ '사전→사후규제'…해외직구 중고거래 허용
과기정통부는 사전규제 완화를 위해 자기적합선언 제도를 신규 도입한다. 기업들이 스스로의 책임 하에 자유롭게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로 바꾸는 것. 이를 통해 사전 절차는 최소한의 행정사항 신고로 대체하고 정부는 전파안전에 우려가 있는 기자재에 대한 사후관리에 집중한다.
우선 전자파적합성(EMC) 분야 중 USB 또는 5V 미만의 배터리로부터 전원을 공급받는 소출력 기기를 중심으로 우선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대상 기자재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이를 악용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하게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이창희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적합성평가 면제 대상 기자재를 수입하거나 유통하고 있는 업체에 대해 수시로 리스트를 관리하면서 불시 점검을 하고 있다"며 "직접 제품을 구입해 직접 시험을 해서 안전성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합성평가 대상 기자재 규정 방식은 대상 기자재를 열거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전환, 규제의 명확성 제고와 신제품 출연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적합성평가 정보의 실물 표시는 기자재만을 대상으로 완화한다. 온라인 판매의 경우 온라인 판매 페이지에도 표시해야 한다. 또한 지난해 국내 최초로 도입한 QR코드 방식 표시를 정보보호인증 등 타 ICT 분야로 확대해 인증표시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해외직구제품 중고거래도 허용했다. 개인 사용 목적으로 해외 직구한 제품은 적합성평가를 면제받는 대신 타인에게 판매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됐다. 앞으로는 반입 1년 이상이 지나면 중고거래가 가능하다.
다만 당장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전파법 시행령 개정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전파법 시행령 개정을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평가수준 완화…상호인정협력 확대
과기정통부는 적합성평가 기준이 미비한 기자재에 대한 임시허가 제도인 잠정인증의 심사기간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 기존에는 60일+30일 연장(최장 90일)이었으나 30일+15일 연장(최장 45일)으로 단축했다.
규제특구 내 실험국·실용화시험국(무선국)에서 사용되는 기자재는 적합성평가가 자동 면제되도록 해 제품의 개발과 출시를 신속하게 지원한다.
또한 실증규제특례가 부여된 기자재는 적합성평가 면제 대상에 편입한다. 특례를 부여받은 선행 기업과 동일한 조건이면 다른 기업들도 적합성평가를 면제받을 수 있다.
수출 활성화를 위해 상호인정협력(MRA)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해외 시험과 인증절차를 국내에서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연 6만여건에 이르는 적합성평가 데이터 체계화도 추진한다. 산업 또는 제품군 단위로 체계적으로 분류해 출시동향을 축적 이를 예산사업 지원 등에 연계하여 신제품 및 신산업 서비스 창출 지원 등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 성적서 위조 시 형사처벌…리콜제도 강화
과기정통부는 불법에 대해서는 엄벌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최근 발생한 방송통신기자재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은 이를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사후관리가 어려운 해외 제조자의 책임 확보를 위해 전파법을 개정,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를 법률상 의무로 강화한다.
대리인 지정제도 의무와 관련, 이 국장은 "대리인이 제조기업이나 또는 수입기업의 행위와 동일하게 부적합한 제품을 유통하거나 또는 부정하거나 거짓의 방법으로 적합성평가를 받는 경우에 동등한 책임을 부과하고 제재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정·수거(리콜)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해서는 제재처분 한다. 시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적합성평가를 받는 등 불법 기자재를 유통한 기업이나 고의·과실로 시험 업무를 부정확하게 수행한 시험기관 등에 대해서는 경제적 제재 수단으로 과징금을 도입한다. 기존에는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이럴 경우 계약한 제조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어 과징금 제도를 신설했다.
인증완료 제품을 확인해 유통하는 판매자의 의무는 완화했다. 기존에는 제조·수입·판매자에 대한 동일한 시험·인증책임을 부과했으나, 판매자는 인증제품 확인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다.
국립전파연구원이 수행했던 인증업무는 민간에 이관한다.
이 국장은 "국내 인증시장 규모가 40억원 정도에 불과해, 초기에 많은 숫자의 민관인증 기관을 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혜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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