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유럽·미국과 함께 3대 전기차 시장 중 한 곳인 중국에 약 1조2천억여원을 들여 4번째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
이번 투자는 SK이노베이션이 현재 연산 40기가와트아워(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능력(CAPA)을 오는 2030년 500GWh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행보다. 따라서 3대 전기차 시장 중심의 투자 계획 발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 내 배터리 공장 중 최대 규모
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중국 현지 배터리 법인인 SK 배터리 옌청(SK Battery Yancheng)에 10억6천만 달러(1조2천326억원)를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투자금은 9월부터 오는 2024년 12월까지 분할 출자된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은 10월 1일부로 분사할 예정인데, 분사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금이 집행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옌청에 연산 1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보유 중으로, 이번 출자는 옌청 2공장을 신설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신설 공장의 생산능력은 기존 중국 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중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창저우(7GWh)와 후이저우(10GWh)에서도 공장을 가동 중이다. 따라서 옌청 2공장이 신설되면 중국 내 배터리 공장은 총 4곳으로 늘어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중국 투자에 대해 "현재 1테라와트(TW) 이상의 배터리 사업 수주를 확보한 상황이다"며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주문량에 발맞춰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지 공장 신설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투자 결정을 두고 배터리 기술력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내는 배터리 신제품·신기술 개발과 새로운 제조방식 등의 연구개발(R&D) 플랫폼 역할을 맡고,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한 생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와 같은 철저한 글로벌 분업을 통해 우려들을 불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요구하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며 "중국과 같이 수요가 늘어나는 곳에 지속 투자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주력,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극대화를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 글로벌 톱티어 기업 도약 목표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3대 전기차 시장 중심의 동시다발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톱티어(Top-tier)' 기업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연산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200GWh로 늘리고, 2030년까지 500GWh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수립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 1·2공장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1공장은 이미 완공돼 상업가동을 준비 중에 있으며, 포드와의 연 60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추가로 짓기 위해 장소를 물색 중에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헝가리 1공장 외 연간 9GWh 규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2공장을 건설 중이다.
주목할 점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늦게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이 중국·유럽·미국 등 3대 전기차 시장 중심으로 집중 투자한 결과물들이 속속 도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 투자를 발표한 같은 날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을 발표했다.
1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37.1GWh로, 전년 동기 대비 143.6% 증가했다. 1위는 중국 CATL이 30.0%(44.2GWh)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선두 자리를 지켰고, LG에너지솔루션은 24.2%(33.2GWh)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점유율을 기존 5.2%에서 5.4%로 끌어올리면서 올해 누적 집계에서 처음으로 삼성SDI를 제치고 5위에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점유율이 낮았던 것은 자사의 전략인 '선수주 후증설' 때문이었다"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순위 발표 후 'SK이노베이션이 삼성SDI를 앞섰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끔 지속적인 투자로 생산능력을 확대해 공급량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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