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한화그룹이 예년보다 약 한 달 가량 대표 인사 시기를 앞당겨 발표하면서 다른 그룹들의 인사 시기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 속에서 한화처럼 조기 인사를 통해 내년 사업 전략 수립을 서두르려는 기업들이 많아질 지를 두고 재계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26일 5개 계열사 신임 대표 내정 인사를 발표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이번 인사로 최광호 한화건설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김희철 한화종합화학 대표와 이구영 한화솔루션·큐셀부문 대표가 각각 자리를 옮겼다. 또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와 한화솔루션·케미칼부문 남이현 대표, 홍정표 한화저축은행 대표도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한화는 지난 2017년까지 여느 대기업처럼 12월에 다음년도 인사를 실시했으나, 2018년에 조기 인사를 실시한 후 매년 시기를 점차 앞당기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에는 다른 그룹보다 빨리 9월 말에 첫 임원인사를 진행한 후 조직을 빠르게 정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올해 역시 이달 말 대표 인사가 난 만큼 후속 임원 인사가 9월 중에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연말에 대표 인사를 진행되면 후속 인사와 조직 개편이 해를 넘어가게 되면서 사업 목표를 세우고 대응하는 것이 늦어진다는 내부 평가가 많았다"며 "불확실하게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수립에 탁월한 인사를 조기에 새롭게 내정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한화가 다음달 후속 임원 인사를 진행할 경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김동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지를 두고 관심을 쏟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019년 9월 인사에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2020년 9월 인사에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1년마다 승진한 바 있다. 현재 한화그룹에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는 금춘수 한화 지원부문 대표 1명뿐이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의 승진 여부도 관심사다. 김 부사장은 한화생명에서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로 부임해 디지털 금융과 관련된 사업을 당당하고 있고, 김 상무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승마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프리미엄 레저(PL) 그룹장을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3월 김승연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김 회장 체제를 더 굳건하게 하고자 인사 시기를 작년보다 더 앞당긴 듯하다"며 "그룹 후계구도와 맞물려 우주항공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내년 사업전략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일찌감치 인사를 단행하며 조직 정비를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의 이 같은 움직임에 다른 그룹들도 인사 시기를 두고 조금씩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가 여전한 만큼 발 빠른 대응을 위해 연말 정기 인사 시기를 좀 더 앞당기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곳들도 있지만, 아직까진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롯데그룹이 한화 다음으로 조만간 파격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해 8월에도 비정기 인사를 통해 황각규 전 롯데그룹 부회장이 물러났던 사례가 있어서다. 이후 정기 인사 역시 50대 초반의 최고경영자를 전면 배치하고, 단위조직장 60명 가운데 13명을 교체하는 등 독한 인적 쇄신을 통해 내부 분위기를 다잡았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비정기 인사 때 일본에서 돌아온 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올해도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신 회장이 조만간 귀국한 후 파격 인사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 회장이 실제로 파격 인사를 단행할 경우 가장 위태로운 곳은 유통 계열사일 것으로 관측했다. 화학, 식품 등 계열사는 최근 실적을 다소 회복하고 있지만 롯데쇼핑 등 유통 계열사는 회복이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강희태 부회장이 유통 BU장을 맡았던 첫 해인 지난해 실적을 보면 롯데쇼핑 매출액은 8%, 영업이익은 19% 줄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6% 늘어난 694억원을 기록했지만, 2019년 영업이익(2천968억원)에 비하면 4분의 1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지난달 말에는 롯데 유통 계열사들에 대한 문책 성격의 파격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허위 정보지가 빠르게 확산되기도 했다. 강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 대거 교체설부터 조직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결국 거짓으로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실적 부진을 근거로 여전히 정보지 내용을 기정 사실화 하는 분위기도 있어 롯데 측에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최근 사장단 회의 직후 만찬 자리에서 '그룹 내 인재가 없다'며 사장단에게 호통을 쳤던 것으로 안다"며 "이를 기점으로 내부적으로 조직 재정비를 검토하는 한편, 그룹 차원의 감사도 병행하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1년새 이례적인 CEO 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도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그룹 내 파격 인사가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며 "변화를 거듭 강조하고 새로운 미래 전략을 짜는데 집중하고 있는 신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귀국 후 인적 쇄신에 나설 지 지켜봐얄 듯 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경영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삼성은 아직 인사와 관련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인사 시기 역시 예년과 비슷하게 12월 첫째 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후 이어지는 주에 후속 임원 인사 명단을 공개할 것으로 재계에선 관측했다. LG 등 주요 대기업들 역시 조기 인사 움직임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경영 복귀라는 특수 상황을 맞은 한화와 달리 다른 그룹들은 인사를 논하기엔 아직 이른감이 있는 듯 하다"며 "인사에 대한 윤곽은 다음달 추석이 지나야 나올 듯 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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