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온라인 플랫폼법,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등의 논의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밥그릇 싸움이라는 용어가 오가는 것이 내심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정부부처가 국민 편익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해나가는 과정 중 제도적인 문제점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작은 접촉사고로, 큰 방향은 국민들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비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제5기 방송통신위원회 1년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중점과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 마련했다. 제5기 방통위는 '국민과 함께하는 행복한 미디어 세상'을 비전으로 지난 8월 출범했다. 이들은 신뢰받는 미디어·성장하는 방송통신· 이용자 중심 디지털 포용 사회 등 3대 목표 이하 12대 정책과제를 지난 1년 간 추진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제5기 위원회 방송 분야 성과로 ▲ 재난방송 강화 ▲ 취약계층에 대한 재난방송 강화 ▲공동체 라디오 신규 선정 ▲ 방송시장 활성화 방안 마련을 통한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 중소상공인에 대한 방송 광고 지원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향후 중점 추진 과제로 ▲시청각미디어 서비스법 마련 ▲ 공·민영 등 매체별 특성을 반영한 허가 승인 제도 개선 ▲방송 광고 네거티브 규제 도입 등 편성·광고 규제 완화 등을 지목했다.
◆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의미있어" 공정위는 '동반자'
한상혁 위원장은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온라인 플랫폼 시장 규제는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와 방통위가 협력해야할 문제로, 거버넌스싸움으로 봐서는 안될 것이라 강조했다.
앞서 구글은 기존에 게임 앱에만 적용되던 자체 결제(인앱) 의무화와 30% 수수료를 웹툰, 음원, 전자북 등 디지털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를 추진하면서 관련 업계 반발을 샀다.
당장 수수료가 인상되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국민 73.38%가 이의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더욱이 기존 매출에서 30% 이상 수수료로 지출되면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들에는 생존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 이를 규제하기 위한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 국회에서 발의, 최근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 가운데 방통위와 공정위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과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놓고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양측은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조사·시정 권한을 놓고 맞선 것에 이어, 방통위는 이용자 보호 중심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상거래에서 공정거래 질서 확보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각각 발의해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빈축을 샀다.
한상혁 위원장은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그제 법사위 통과가 됐고,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세계 최초의 법안이고, 향후 세계적으로 (관련)규제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앱마켓으로부터 크리에이터, 이용자들이 필요 이상의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규제당국으로서 최소한의 규제를 마련해 갈 것"이라며 "앱마켓 영역에서 확대된 온라인 플랫폼 관련해서도 공정경쟁환경 마련, 이용자 보호 법안 마련 등을 위해 방통위도 적극적으로 방안을 찾아내 법 제도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경쟁당국과 산업당국은 상호협력하고 보완하는 관계로 나가야 한다고 국회에서도 말한 바 있다"며 "양측에서 겹치는 규제 부분에서 이용자에 피해를 준다면 협의를 통해 같이 추진하거나 아니면 한쪽이 빠지거나 하는 방향으로 지속해서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척하거나 충돌해 물러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문제에 대한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경쟁당국과 산업당국이 협력해야 한다"며 "함께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가속…OTT에 대한 방발기금 징수 '당연'
한상혁 위원장은 급변하는 방송시장 규제 방향에 대해선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기존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변화된 시장에 맞는 규제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원칙이 있지만, 사실 국민들엔 똑같은 방송 서비스일 뿐"이라며 "어디서는 광고를 하고 어디서는 광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사업자들은 차별적인 대우를 받게 되고 경쟁력 강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낡은 규제 타파, 수평규제 원칙으로 시장을 다시 보겠다는 것이나 정부가 한 방향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의견을 듣고 이를 모아 법제화하고 구체적인 (규제의) 타당성을 가져가려고 한다"며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올해 초 방송과 OTT를 포함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서비스 분류체계 개편 시 동일서비스·동일규제 원칙, 경쟁 활성화·공익성·이용자 보호 등 규제 목적, 여론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현재 연구반을 통해 연구 의제를 정리하고, 의제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수집했다"며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논의 중으로, 이해관계자와 국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시청각서비스미디어법에 포함될 뉴미디어에 대한 방송발전기금 징수에 대해서는 "징수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방발기금을 공적기금으로 사용을 확대하는 것을 추진해 갈 것"이라며 "뉴미디어로부터의 징수는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나,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뉴미디어 수익에 대한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할 것이나, 사업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납득할 방안을 찾도록 이야기해 나갈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 방송·통신 나눠진 상황에선 제대로된 규제·진흥 어려워
특히, 이날 한 위원장은 내년 대선 이후 정부조직개편 방향에 대한 시각을 드러냈다. '지금처럼 방송·통신 분야가 두 부처로 나눠진 구조에서는 제대로 된 규제정책이나 진흥 정책이 나올 수 없어 합쳐지는 것이 맞다'며 강한 어조 말했다.
한 위원장은 "현재 방통위와 과기정통부의 2차관 소속으로 방송과 통신이 분리된 것은 분리의 정당성도 없었고 분리의 구체적 타당성도 문제가 있었다"며 "새로운 정부에서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같은 산업을 담당하기 때문에 합쳐지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강조하자면, 지금처럼 나눠진 구조에서는 제대로 된 규제정책이나 진흥 정책이 나올 수 없다"며 "합쳐지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송혜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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