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심지혜 기자] KT가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통신 영토 확장을 위해 세웠던 해외 법인들을 대거 청산했다. 오랜 기간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정리한 것. 남은 해외 적자 법인은 르완다 뿐이다.
24일 KT에 따르면 구 대표 취임 이후 정리한 해외 법인은 모두 6곳이다.
◆ '적자지속' 내실없는 해외법인 청산
KT는 먼저 우즈베키스탄 슈퍼아이맥스(Super iMax)를 정리했다. 슈퍼아이맥스는 KT가 지난 2007년 인수한 우즈베키스의 통신업체 두 곳 중 하나다. KT는 우즈베키스탄 유선통신사업자인 이스트텔레콤(East Telecom)과 와이맥스(와이브로) 사업자인 슈퍼아이맥스를 인수한 바 있다. 당시 51%와 60%의 지분을 인수했으나 100%와 91% 수준으로 지분율을 끌어 올렸다.
슈퍼아이맥스는 2008년부터 와이맥스 서비스를 독점 제공했고, 1천여명 수준이던 가입자 수는 2010년 1만명으로 늘었다. 2015년부터는 LTE 서비스도 상용화 했다.
그러나 재정적으로는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KT는 지난해 3월, 인수 13년 만에 슈퍼아이맥스를 이스트텔레콤에 합병시켰다.
KT는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사업 수주로 주목을 받았던 폴란드에서도 떠났다. KT는 2013년 두차례에 걸쳐 초고속인터넷망(100Mbps급) 구축 사업을 따냈다. 사업 규모는 각각 230억원과 1천282억원이다.
이를 위해 이듬해 현지법인(KBTO Sp.z o. o.)을 세웠지만, 매년 이익보다 손실이 더 컸다. 올 상반기까지 낸 누적 순손실 규모는 187억원 수준이다.
KT 관계자는 이번 해외법인 청산과 관련, "경영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게다가 코로나19로 해외 법인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의 운영이 여의치 않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실적부진 해외 투자사도 속속 정리
KT는 해외 투자를 목적으로 한 법인들도 청산했다. KT는 1990년대 미국과 일본, 2000년대에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홍콩, 중국 등에 현지 투자 및 창구업무를 목적으로 하는 해외 법인을 잇따라 설립했다.
구 대표 취임 이후 KT는 뚜렷한 실적이 없는 해외 투자법인을 줄줄이 퇴출시켰다. 지난해 4분기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벨기에, 중국 법인을 청산했다.
중국 법인의 경우 매년 손실을 기록한 것은 아니었으나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청산했다는 게 KT 측 설명이다. 홍콩 법인의 경우 2019년 2분기에 정리했다.
벨기에 법인 두 곳은 지난해 말과 올 초 모두 청산했다. KT는 2013년 KT벨기에와 KT ORS벨기에를 세웠다. KT벨기에의 경우 르완다 법인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했다. 르완다에 세운 법인을 자회사로 거느리면서 현지에서는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았다.
두 벨기에 법인은 설립 이후 이렇다할 성과나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고, 지난해까지 누적으로 3~4억원 수준의 순손실만 기록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KT벨기에는 르완다 법인의 중간지주 역할을 했고, 직접 사업을 하지 않았다"며 "또한 유럽 시장 투자를 위한 시장 조사 등을 벨기에 법인이 담당했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나빠지다보니 청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리로 해외 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법인은 미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네 곳 정도다. 네덜란드 법인의 경우 KT 벨기에와 역할이 비슷하다. 2007년 11월 우즈베키스탄 자회사의 효율적 관리를 목적으로 세운 투자관리업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로 직접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 '리스트럭처링'에도 대규모 적자 '르완다'는 기대
이처럼 KT가 내실없는 해외 법인들을 잇따라 청산한 데에는 '탈통신'을 강조하는 구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구 대표는 취임 이후 '그룹사 리스트럭처링'을 여러차례 언급해왔다. 통신을 넘어 '디지털' 중심 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한 가운데 성과가 미진한 부실 그룹사를 정리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산업 비중 늘리기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대다수의 적자 법인들을 정리하면서 르완다 법인이 관건으로 남았다. 르완다 법인의 적자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
KT는 2013년 1천500억원을 투자해 르완다 정부와 합작(51대 49)으로 '르완다 네트웍스'를 설립했다. 이듬해에는 수도 키갈리에서 LTE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고, 전국망 구축까지 완료했다.
문제는 설립 이후 줄곧 적자를 거듭했다는 데 있다. 201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의 누적 순손실 규모는 2천112억원이다. 해외 법인 중에서는 손실 규모가 가장 크다.
르완다 네트웍스와 비슷한 시기 설립한 아프리카올레서비스(AOS)도 내내 적자였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이익 구조로 돌아섰다. AOS는 KT가 IT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를 위해 르완다 정부와 연달아 설립한 합작 법인이다.
KT는 당분간 르완다 법인 청산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KT는 르완다 정부와 협약을 맺으면서 2038년까지 25년동안 LTE 도매사업을 독점권을 약속 받았다.
KT 관계자는 "르완다 사업은 주주로 참여하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며 "아프리카는 통신 인프라가 취약해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말했다.
/심지혜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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