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메타버스의 핵심이 뭘까요. 새로운 아이덴티티(identity)입니다. 가상의 세상에서 내가 경험하고픈 새로운 삶을 살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죠.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바로 메타버스 상의 경제활동입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17일 본지 인터뷰를 통해 게임·IT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메타버스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단순히 졸업식 같은 행사를 온라인 상에서 진행하거나 가상현실(VR) 프로그램에서 출근하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장현국 대표는 "현존하는 최고의 메타버스로는 '로블록스'를 꼽고 미래에 등장할 궁극적인 메타버스는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에 등장하는 '오아시스'를 꼽는다"며 "의심의 여지가 없이 게임이 메타버스다. 레디플레이어원의 오이시스 역시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른 인격, 다른 성별, 다른 나이를 경험할 수 있는 게 메타버스고 이를 위해 게임 내 경제가 바깥으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가장 적합한 기술적 시스템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라고 강조했다. 위메이드가 자체 암호화폐인 '위믹스'를 선보이고 빗썸 측에 투자한 것도 다 이를 위한 '큰그림'의 밑바탕이라는 얘기다.
장 대표는 "미래에는 더 많은 시간을 메타버스 상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며 "게임은 물론 현실에서도 굉장한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고 우리 삶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위메이드는 국내 게임사 중 가장 활발히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벌이는 업체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의 최대주주인 비덴트에 총 800억원을 투자,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해 이목을 끌었다.
장 대표는 "빗썸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도 올해 2월경부터 관심을 갖고 컨택하기 시작해 비덴트와 함께 빗썸을 더 크고 좋은 회사로 만들자는 의기투합이 됐다"며 "아직 딜이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인 단계인 만큼 향후 어떻게 될지 지금은 언급하기 힘들지만 정리가 되고나면 의미있는 주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메이드가 빗썸 측에 투자한 건 이러한 가상자산 거래소가 향후 메타버스 사업을 위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제대로된 생태계가 구축됐을 때 가상자산 거래소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메이드는 메타버스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할 블록체인 기반 게임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오는 26일에는 블록체인 기술인 NFT(대체불가능한토큰)이 접목된 '미르4'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도 조악하고 단순한 형태의 게임이 전부였던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굵직한 메기 한 마리를 풀어놓는 셈이다.
미르4 글로벌 버전은 아이템 강화 재료인 '흑철'에 NFT를 접목했다. 해당 재화 10만개를 모으면 암호화폐인 '드레이코'를 발행할 수 있고 이를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식이다. 위메이드는 해당 거래에 따른 수수료로 매출을 올리게 된다. 회사 측은 이러한 수수료 매출이 본 게임 매출에 버금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메이드가 다른 게임도 아닌 핵심 흥행작 미르4에 곧바로 블록체인을 접목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지난해였다면 미르4가 아닌 다음 게임부터 적용을 고민했을 듯한데 다행히 올초에 암호화폐가 붐이 일어 고민하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며 "그동안 나온 다른 블록체인 게임들이 품질도 낮고 재미도 없었다면 미르4는 검증이 됐다. 게이머와 블록체인에 관심있는 이용자까지 모아 큰 경제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위메이드는 메타버스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이미 해외에서는 로블록스가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고 국내에서는 제페토가 득세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 특성상 1위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하는게 일반적이다. 국내 포털은 네이버가, 메신저는 카카오가 장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위메이드는 메타버스를 게임의 관점으로 살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톡 등은 대체할 서비스를 찾기 힘들지만 게임은 이용자 개개인의 취향이 다른 만큼 돌파구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장현국 대표는 "게임은 각자 원하는 게임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자아를 살아가는 형태인 만큼 메타버스는 마치 게임처럼 세분화되어 수많은 서비스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로블록스나 제페토 같은 서비스도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그들과 다툴 서비스도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라며 "지금은 그들이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을지 몰라도 메타버스의 핵심인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그들 또한 소극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경제를 접목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충분히 입지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 철학도 들어볼 수 있었다. 위메이드는 비덴트에 앞서 S급 개발자가 세운 회사에 크고작은 금액을 투자하기로 유명한 게임사다. 특히 지난 2018년에 50억원을 투자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대표 김재영)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석권해 화제를 모았다.
장현국 대표는 "우리의 투자 기조는 늘 똑같다. 친구 같은 장기 투자자가 되는 것"이라며 "잘 할 사람에게 투자해서 그들을 돕는게 우리의 역할이다. 간섭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다. 오딘도 출시되기 전에 빌드를 안 봤다. 봐서 뭘 하겠나. 우리거나 잘하자 했다"고 웃었다.
/문영수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