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그래픽처리장치(GPU) 회사인 미국의 엔비디아가 지난 2분기(5~7월) 동안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지만 불안감에 떨고 있다. 작년부터 추진해오던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인수가 무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해 2분기 동안 GPU(그래픽프로세서) 매출이 급증한 영향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 늘어난 65억1천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63억3천만 달러)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3억7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82% 늘었고, 주당 순이익은 1.04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01달러보다 컸다.
이 같은 실적은 그래픽처리장치를 포함한 그래픽 사업 부문 매출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X박스 등 게임기 판매가 증가해 그 안에 공급되는 그래픽 칩 판매도 덩달아 늘어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래픽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39억1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데이터센터용 칩이 포함된 컴퓨팅 및 네트워크 부문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늘어난 26억 달러로 집계됐다. 산업용 및 클라우드 제공업체의 데이터 센터용 그래픽 카드 판매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암호화폐 채굴용 칩 매출은 2억6천660만 달러로, 엔비디아가 지난 5월에 예상한 매출(약 4억 달러)을 크게 밑돌았다. 또 차량용 사업부도 전 분기 대비 1% 감소한 1억5천2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 증가했다.
엔비디아가 주요 사업 부문에서 대부분 호실적을 거두면서 다음 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엔비디아가 올해 3분기에 매출 68억 달러를 기록, 시장 컨센서스(65억 달러)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역시 한동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보고 68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데이터센터향 매출이 하이퍼스케일, 금융업종, 이동통신업종 수요에 힘입어 견조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 무엇보다도 긍정적으로 판단된다"며 "게이밍 시장, 데이터센터 시장, ARM 아키텍처 제품군을 중심으로 엔비디아의 에코시스템이 더 강력해진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흠잡을 곳이 거의 없는 모습이어서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주가 흐름이 전망된다"며 "미국 내 소비 둔화와 테이퍼링 우려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조정을 받았지만 동 지수 내에서 엔비디아는 주도주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최근 ARM 인수에 제동이 걸려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ARM은 반도체의 기본 설계도를 판매하는 회사로, 삼성전자, 퀄컴 등과 주로 거래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엔비디아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심사하는 영국 공정거래위원회(CMA)는 최근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영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더 타임스 등 외신들은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중단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발표할 때부터 이 인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며 "영국의 인수 허가를 받더라도 미국, 중국, EU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1억6천만 달러 어치의 엔비디아 주식을 팔아 현금화 해 주목 받았다. 영국이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주식 매각이 이뤄지자 일각에선 "젠슨 황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ARM 인수 무산 전에 주식을 팔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젠슨 황 CEO는 ARM 인수를 두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젠슨 황 CEO는 "규제 기관과의 논의가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지고 있지만 인수를 확신한다"며 "규제 당국은 ARM 인수가 반도체 업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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