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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에 거세지는 대만계 CEO 파워


미국 팹리스·파운드리 장악···한국 반도체엔 부담 '가중'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반도체 업계에 대만 출신 리더들의 파워가 거세다. 이들은 미국이나 대만에서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나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을 이끌며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빅터 펭 자일링스 CEO는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 출신이다.

리사 수 CEO는 MIT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IBM, 프리스케일반도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두루 거쳤다. 고사 직전에 몰렸던 AMD에 지난 2011년 구원투수로 투입돼 '라이젠'으로 중앙처리장치(CPU)에서는 인텔을 위협할 기업으로 AMD를 키웠다. 지난 5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될 정도로 주주들의 신임도 받고 있다.

왼쪽부터 리사 수 AMD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모리스 창 전 TSMC 회장, 빅터 펭 자일링스 CEO
왼쪽부터 리사 수 AMD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모리스 창 전 TSMC 회장, 빅터 펭 자일링스 CEO

AMD는 프로그래머블(FPGA) 반도체 강자 '자일링스'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데, 리사 수 CEO와 이 M&A를 주도하고 있는 자일링스 빅터 펭 CEO도 대만 출생의 이민자 출신이다. M&A 발표 당시 대만 출신이라는 CEO들의 공통분모가 이들 기업의 빅딜에 촉매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펭 CEO는 2008년까지 AMD 엔지니어링팀을 이끌었고 자일링스로 적을 옮겨 플랫폼 사업을 주도하다 2018년부터 자일링스 CEO를 맡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석사 출신으로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개념을 만들고 게임 발전과 함께 크다 인공지능(AI) 칩이 자율주행, 드론, 항공 등에 들어가면서 엔비디아를 최고의 팹리스로 성장시켰다. 엔비디아는 영국 최대 팹리스 회사 ARM 인수도 추진 중이다.

리사 수 CEO와 젠슨 황 CEO가 멘토로 여긴다는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전 회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젠슨 황 CEO는 2017년 스탠포드 총장과 대담에서 모리스 창 전 회장을 존경하는 인물로 뽑기도 했다.

모리스 창 전 회장은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에서 근무하다가 1980년대 대만으로 들어가 국책 반도체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1987년 대만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창업했고 2018년에 회장 자리에서 은퇴했다. 그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TSMC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에 여전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창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대만 총통 관저에서 1979년 단교 후 대만을 방문한 최고위 미국 관료인 키스 크라크 경제차관 환영 만찬에서 민간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참석했다.

일각에선 대만 파운드리는 물론 미국 팹리스 업계까지 대만계 입김이 커지면서 대만 반도체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각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로선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팹리스의 국가별 점유율 1위는 56.8%를 차지한 미국이었다. 미국에 이어선 대만 (20.7%), 중국(16.7%), 한국(1.5%)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경쟁력은 기술력, 가격에 달려 있긴 하지만 대만 파운드리 업체로선 고객 수주에 있어서 미국 팹리스 업체에 대만계가 자리잡은 게 네트워크 형성에 긍정적 요소"라며 "반도체 업계에서 대만계 영향력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삼성, SK하이닉스 등 굵직한 반도체 기업들은 있지만 팹리스 업계 규모나 인재풀이 튼튼하지 못하다"며 "대만계 반도체 인사, 기업들의 커뮤니티가 끈끈해질수록 한국 반도체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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