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영업이익 12조원을 돌파하는 등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판매 둔화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부문에서 호실적을 낸 결과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함께 올해 1분기 공장 가동이 중단됐던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팹의 정상화, 디스플레이 등 부품부터 세트까지 안정적 흐름을 보인 것이 호실적 달성에 큰 힘이 됐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지난 2분기 동안 매출 63조6천700억원, 영업이익 12조5천700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지난해 2분기 대비 각각 20.21%, 54.26%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9.7%로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크게 개선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초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61조2천813억원, 영업이익 10조9천741억원이었다.
매출은 지난 1분기보다 줄었지만 2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지난 1분기 매출은 65조3천9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었던 2018년 3분기에 17조5천700억원을 기록한 후 11분기 만에 가장 높다. 전분기(9조3천800억원)에 비해선 3조원 이상 증가했다.
분기 두 자릿수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12조3천500억원) 이후 2분기 만이다. 2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2018년 2분기(14조8천700억원) 이후 3년 만이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2% 늘어난 129조601억원, 영업이익은 50.4% 증가한 21조9천496억원을 달성했다. 상반기 매출 역시 역대 최대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분기 매출은 부품 공급 부족 등에 따른 스마트폰 판매 둔화에도 불구하고 서버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프리미엄 가전 판매도 호조를 보이면서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며 "메모리, TV,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이익은 메모리 시황이 개선되고 파운드리 오스틴 공장이 정상화된 가운데 디스플레이도 판가 상승과 1회성 수익으로 실적이 개선됐다"며 "세트 사업도 부품 공급 부족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SCM(공급망관리) 역량 적극 활용 등을 통해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 반도체, 美 공장 정상화에 '방긋'…무선, 비수기에도 수익성 유지
삼성전자의 호실적은 지난 1분기 동안 예상보다 부진했던 반도체(DS)가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수요가 지속되며 PC용 반도체 판매가 양호했을 뿐 아니라 클라우드 기업들의 데이터센터용 서버 수요도 움직이기 시작해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2분기 동안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4월 D램 PC향 범용제품(DDR4 8Gb 1Gx8 2133MHz)의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26.67% 상승한 3.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1월 이후 4년 3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메모리카드와 USB향 범용 제품인 낸드플래시 128Gb 16Gx8 MLC의 가격도 4월 4.56달러를 기록해 전달보다 8.57% 증가했다. 낸드 가격 상승은 작년 3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이후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5월과 6월 큰 변동 없이 보합세를 나타냈다.
이에 반도체 부문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74% 늘어난 22조7천400억원, 영업이익은 27.62% 늘어난 6조9천3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영업이익은 전체 회사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는 출하량이 가이던스를 상회했고 가격 상승폭도 예상보다 컸으며 원가경쟁력도 강화됐다"면서 "시스템반도체도 오스틴 공장 정상화로 이익이 증가해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고 밝혔다.
모바일(IM)부문은 인도 등의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음에도 3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어난 22조6천700억원, 영업이익은 66.2% 증가한 3조2천400억원을 거뒀다. 이는 1분기 동안 4조원을 넘었던 것에 비하면 떨어진 수치다.
이는 1분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1을 조기 출시하면서 2분기에 신제품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인도 등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됨에 따라 출하량이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전반의 부품 공급 부족 상황과 베트남 공장에서의 생산 차질 영향도 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분기 대비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했지만 SCM 역량의 효율적 활용, 원가구조 개선, 마케팅 효율화 등으로 사업 영향을 최소화했다"며 "태블릿, 웨어러블 제품 등 '갤럭시 생태계' 제품군 판매도 실적에 상당 부분 기여해 지속적으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 가전, '펜트업' 효과에 영업익 '쑥'…DP, 수익성 큰 폭 개선
가전 부문도 2분기 동안 매출 13조4천억원, 영업이익 1조60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호조에 힘을 보탰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1.76%, 영업이익은 45.2% 증가한 수치다.
이는 일부 자재들의 수급이 차질을 빚었음에도 최적화된 자원 운영과 주요 스포츠 이벤트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다만 미니 LED 제품인 네오(Neo) QLED TV 등 프리미엄 TV의 판매량이 기대보다 적고, LCD 패널 단가 상승과 마케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전분기 영업이익 1조2천억원에는 다소 못미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분기 생활가전 시장은 소비자들의 자택 체류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주택시장 호조 등으로 펜트업 수요가 지속됐다"며 "지난 5월 '비스포크' 글로벌 시장 공개와 함께 슈드레서, 무선청소기 등 라이프스타일 가전 신제품 출시를 통해 다양화되는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면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2분기 동안 매출 6조8천700억원, 영업이익 1조2천8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3%로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326.66% 증가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대비 안정적인 부품 수급과 세트 업체들의 지속적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선호 등의 영향이 컸다. 또 스마트폰 생산 감소에도 5천억원으로 추정되는 고객사 애플의 일회성 보상금이 반영된 것도 주효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기저 효과와 OLED 채용률 증가로 판매량과 실적 모두 큰 폭으로 개선됐다"며 "대형 디스플레이는 QD 디스플레이 라인 전환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은 감소했으나, TV와 모니터 판가 상승에 따라 이익률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속에도 올 2분기 동안 시설 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했다. 2분기 시설투자비는 13조6천억원으로, 반도체에 12조5천억원, 디스플레이에 6천억원씩 쓰였다.
상반기 누계로는 23조3천억원이 집행됐다. 반도체는 20조9천억원, 디스플레이는 1조4천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의 경우 향후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해 평택·시안 첨단공정 증설과 공정 전환에 투자가 집중됐다"며 "파운드리는 EUV 5나노 등 첨단공정 증설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됐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3분기도 '맑음'…반도체·무선이 이끌 듯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3분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PC 수요가 2분기부터 정점을 지나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있지만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가 늘어나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여서다. 또 3분기에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등의 출시가 예고된 만큼 신제품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에서 전망한 3분기 매출은 70조원, 영업이익은 13조∼15조원이다.
삼성전자도 전반적으로 하반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다만 부품 공급 차질과 코로나 관련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사업별로는 메모리의 경우 신규 CPU 채용 확대와 주요 고객사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서버와 모바일 수요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15나노 D램과 6세대 V낸드 전환 가속화와 함께 D램에 EUV 적용을 확대해 시장 리더십을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는 스마트폰 성수기 진입으로 시스템LSI 주요 제품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파운드리는 평택 S5라인 공급능력 확대와 미래 투자 기반 마련을 위한 공급가격 현실화를 통해 성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 신규 플래그십 제품 출시로 중소형 패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연내 QD 디스플레이 양산체제 구축에 집중할 것이란 계획도 드러냈다.
무선은 제품 경쟁력과 사용 경험을 혁신한 폴더블 신제품을 출시해 폴더블 대세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또 중저가 5G 모델도 확대해 라인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갤럭시 생태계' 제품군 판매를 지속적으로 확대함으로써 견조한 매출과 이익 달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네트워크는 북미 등 주력 시장의 매출 성장과 유럽 등 신규 시장의 수주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CE는 '네오(Neo) QLED', 초대형 등 고부가 TV 판매를 확대해 프리미엄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비스포크(BESPOKE)' 글로벌 판매 강화를 통해 매출 성장에 주력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반기 부품 사업은 전반적으로 시황이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며 "제품과 기술 리더십 제고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트는 프리미엄 리더십과 라인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견조한 수익성 달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삼성전자 올해 전체 영업이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반기에도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면서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돌파할 수 있단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35조9천939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금껏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7년(53조6천450억원)과 2018년(58조8천867억원)뿐이다. 당시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 상승 랠리에 힘입어 올해 연간 영업이익도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TV와 가전은 수요가 상반기보다 다소 감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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