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최근 오뚜기가 13년 만에 진라면 등 일부 라면 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 단체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소비자 단체 측은 라면이 생활 필수품으로 가격 인상을 재검토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통업계 전반에서는 사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을 두고 시민단체까지 나서야 할 일 인지에는 의문을 자아낸다. 소비자들도 "10여 년 만의 인상은 이해할 만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 라면 가격 인상, 업계 모두 '고심'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뚜기가 내달 1일부터 라면 가격을 최대 12.6% 인상한다. 농심과 삼양식품 등도 라면 가격 인상을 저울질 하고 있다.
하지만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해 일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 발표에는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라면 업계는 수년 간 가격 인상을 억눌러 왔고, 최근 실적 하락이 심각해 올해까지 가격을 동결 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농심 관계자는 "아직 가격 인상과 관련해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고, 삼양식품 관계자 역시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뚜기 측은 라면 가격과 관련해 언급 자체를 부담스러워 했다.
시민단체 측은 소맥분 가격이 최근 10년 동안 하락세에 있고, 팜유 역시 같은 기간 평균 4% 가량 가격이 인하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통가에서는 이 같은 내용은 일부분 일 뿐이며 전체적은 물가 인상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라면의 경우 대부분 원재료가 수입산인데 최근에는 환율도 오름세라는 것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라면의 경우 주식이라는 개념이 있어 시민단체와 정부 등에서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면이 있다"면서 "라면 회사는 사기업이고 가격 결정도 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자율적인 책정이 가능해야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면은 서민들이 즐겨먹는 식품이지만, 식량 주권 차원에서 정부가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쌀 등과도 큰 차이가 있다. 쌀의 경우 수매를 보장하거나, 쌀 농사를 지으면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고 필요한 농기구 구입 시 가격을 보조 해 주기도 한다.
반면 라면을 비롯해 빵, 가정간편식, 과자, 생수, 음료 등의 식품에는 이 같은 보조금이 없다. 이 때문에 이를 식량 주권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 소비자 "라면만 안 올릴 수 있나…기업 이해해"
이와 함께 최근 몇 년 간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됐지만, 라면 업계는 이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 물론 대기업의 경우 최저임금의 영향이 직접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하청업체나 납품업체 등에는 민감한 사안으로 납품가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과도하게 라면 가격 인상을 억제 시킬 경우 라면 업체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부담을 떠넘길 우려도 발생한다.
또 유통가에서는 다른 식료품 가격 인상 때와는 달리 라면에만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기업의 기형적 경영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뚜기 역시 수년 간 케찹과 소스류 등의 가격은 물가 인상 수준으로 올렸지만, 라면 가격 만큼은 올리지 못했다.
농심 측은 오뚜기와 달리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7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가격 부담을 분산할 여력도 없다. 삼양식품 역시 마찬가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라면을 생산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지난해 큰 손실을 봤다"며 "이는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정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농심은 올해 1분기는 물론 2분기까지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0% 감소했고, 삼양식품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2% 하락했다. 2분기 역시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뚜기 역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26% 줄어 들었다.
소비자들도 대체로 라면 가격 인상에 큰 거부감은 없어 보인다.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라면 가격도 당연히 올라야 한다"며 "모든 것이 오르고 화폐가치가 떨어졌는데 라면만 가격을 안 올릴 수 있겠느냐"고 적었고, 또 다른 네티즌은 "과자보다 라면 가격이 지금 더 싼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모든 제품은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져 경쟁 업체에 밀릴 수 밖에 없다"며 "어떤 기업이든 불필요한 가격 인상은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