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포스코그룹이 대기업의 대표적 일감 몰아주기로 지적돼 왔던 소모성자재(MRO) 사업의 편견을 깨트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0%대 영업이익률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사와도 손을 잡은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MRO 전문기업 엔투비는 현대제철과 자재 구매 협약과 사회문제 해결을 결합한 '좋은친구 프로그램'(이하 좋은친구) MOU를 체결했다. 포스코 그룹사와 현대제철의 자재 구매협약은 이번이 처음이다.
좋은친구 프로그램은 엔투비가 신규 거래 고객사와의 구매대행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수익금 일부를 재원으로 고객사와 공동으로 탄소 저감, 지역사회 환경 개선 등 ESG 활동을 추진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엔투비는 현대제철과 함께 좋은친구 수익금의 일부를 영세 공급사와 협력사에 대한 안전·환경 개선, 에너지 빈곤층의 냉·난방 효율개선 사업 등 ESG 관련 개선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그룹과 현대제철의 이번 협력은 철강 업계 라이벌간에 진행된 것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구매 경쟁력 강화는 물론 ESG 활동 강화를 위해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타그룹사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포스코는 현대제철로부터 압연롤을 공급받고 있는 밸류 체인 협업 파트너로서, 이번 MOU를 통해 양 철강사간의 구매협력 관계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그룹이 ESG 활동 강화를 위해 경쟁사와도 손을 잡으면서 그동안 엔투비가 진행해왔던 상생협력 노력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엔투비는 2000년 8월 설립된 회사로 포스코그룹, 한진그룹, KCC그룹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69.32%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고, 한진그룹 22.50%, KCC 6.25%의 지분율이다.
지난 2011년 대기업의 MRO 사업이 논란이 되면서 엔투비도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삼성 등이 MRO 사업에서 철수하고, SK그룹은 MRO 사업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지만 포스코는 MRO 사업을 고수했다.
엔투비가 사업을 정리하면 물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오히려 경영난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엔투비는 중소기업들에 납품단가를 깎는 대신 오히려 물품을 주문하는 대기업에서 구매대행 수수료를 받아 중소기업을 돕는데 사용했다.
이는 엔투비의 낮은 영업이익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엔투비의 지난해 매출액은 6천64억원에 달하지만 영업이익은 20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은 0.3% 수준으로 정상적인 회사라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향후 엔투비는 좋은친구 프로그램을 철강업계 전반으로 확장해 철강전문 MRO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ESG기반의 상생협력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강길홍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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