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 반도체 간판'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텔이 인수에 성공하면 이 회사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될 전망이다.
지난 2월 취임한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취임 한 달만에 2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하며 파운드리 사업 재도전을 선언하고, 이번엔 300억 달러 규모(약 34조원)의 세계 4위 파운드리 업체 인수도 추진 중이다. 글로벌파운드리 인수까지 성사된다면 파운드리에만 약 500억 달러(57조원)를 베팅하는 셈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텔은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수 금액은 30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인텔의 경쟁사 AMD가 2008년 반도체 생산 사업을 분사하면서 만들어진 세계 4위 파운드리 회사다. 글로벌파운드리의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현재 최대 주주는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55%), 삼성전자(17%), UMC(7%), 글로벌파운드리(5%) 순이다.
◆ 취임 5개월…파운드리로 승부수
인텔은 올들어 파운드리 사업 재도전을 선언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겔싱어 CEO는 취임 한 달 만에 파운드리 재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미국 애리조나에 20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반도체 설계(팹리스)나 파운드리 중 한 분야에만 주력하는 경향이 강해진 상황에서 인텔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겔싱어 CEO는 이사회에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CEO직 수락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겔싱어 CEO는 투자만이 인텔이 반등할 수 있는 길이라 보고 있다. 인텔은 매출(지난해 연매출 86조원) 기준으로 여전히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지만 생산 경쟁에서는 대만 TSMC, 삼성전자 등에 밀리고 있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판매량에서 AMD에 추격을 당하고 있다.
인텔로선 애플 같은 거대 고객사가 반도체 자체 설계에 나서면서 다른 성장 동력이 필요해진 측면도 있다. 이들이 자체 설계하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쪽으로 추를 옮기는 셈이다.
인텔의 투자 확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부흥을 꾀하는 바이든 정부의 지지도 받을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약 56조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계획인데 이는 반도체 업체 중에서도 미국이 홈그라운드인 인텔에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이다.
◆ TSMC·삼성 아성 견고···AMD도 M&A에 변수
삼성전자로선 TSMC를 추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에 공격적인 게 반가울 리 없다. 인텔은 미국이 홈그라운드인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다.
다만 인텔이 덩치를 키운다고 해도 기존 파운드리 업체와 격차가 크다.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합해서 70%가 넘는다. 투자를 결정한다고 해도 실제 양산까지는 수 년이 걸린다.
현재 기술력으로 파운드리 고객사들의 구미를 맞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삼성전자와 TSMC는 현재 5나노미터 초미세공정까지 양산에 들어간 상태로, 향후 4나노, 3나노 공정 기술 개발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반면 인텔은 차세대 반도체인 7나노급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글로벌파운드리가 AMD가 분사한 회사로 출발했고, AMD는 아직 글로벌파운드리의 최대 고객사다. 올해도 양사가 16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WSJ는 "이같은 관계가 인텔의 인수를 복잡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인텔은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다만 TSMC, 삼성전자 등이 주도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이 생산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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