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이커머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물류 전쟁이 시작됐다. 저마다 배송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익일배송 시스템이 이커머스의 표준이 돼버린 시대다. 배송이 곧 경쟁력이자 향후 행보를 가릴 중요한 열쇠다. 핵심은 물류센터다. 누구보다 빠르게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물류센터를 확보해야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익일배송을 위한 핵심 요소로 '풀필먼트센터'가 꼽힌다. 익일배송 주문 마감 시간을 획기적으로 연장시킬 수 있어서다. 기존 택배의 경우 허브터미널로 물건을 보내기 전 택배기사가 판매업체로부터 물건을 가져오는 집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서브터미널로 보내는 1차 간선 이동이 필요하다.
풀필먼트센터는 이 과정이 필요없다.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업체들의 상품을 미리 보관해놓을 수 있다. 1차 간선 이동 과정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반 택배는 대게 오후 3시께 주문이 마감되지만, 풀필먼트센터를 이용하면 자정까지도 주문을 받을 수 있다. 다음날 소비자에게 배송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물류센터 구축에 집중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 CJ 바퀴 달고 '익일배송' 나선 네이버
최근 네이버는 CJ대한통운 손을 잡고 익일배송에 나서기로 했다. 네이버는 상품 중개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업체이기 때문에 그간 배송에는 큰 역량을 쏟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커머스 화두가 결국 '배송'으로 쏠리고 있는 만큼, 택배사와의 협업을 통해 배송 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 경기 군포에서 풀필먼트센터 가동을 시작했다. 축구장 5개와 맞먹는 연면적 3만8천400㎡ 규모다. 주로 상온 제품을 취급한다.
8월에는 경기 용인에 냉장·냉동 등 저온 보관 상품에 특화한 풀필먼트센터를 선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선식품은 이커머스 기업 간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그간 네이버는 콜드체인 물류센터 부재가 발목을 잡아왔다. 익일배송 상품 범위를 상온·공산품에서 저온·신선식품으로 확대하며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연내 두 곳의 상온 풀필먼트센터를 추가로 열 방침이다.
◆ 규모의 경제 이룬 신세계, 쓱세권 늘린다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으며 단숨에 국내 이커머스 3강으로 떠오른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향후 4년간 물류에 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김포에 집중돼 있는 물류센터를 지방으로 확대해 전국 단위 배송 경쟁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2천372억원이다. 같은 기간 이베이코리아의 영업이익은 850억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양사가 일년에 벌어들이는 돈이 3천20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앞으로 4년간 벌어들이는 돈 대부분을 물류에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그간 이마트는 충분한 여력을 갖고도 물류에 큰 투자를 하지 않았다. 현재 보유 중인 물류센터만으로도 주문량을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옥션·G9 회원을 SSG닷컴으로 흡수시키는 전략이 가능해진다. 소화해야 할 물류량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시너지를 내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물류망 확보가 필수적이란 분석이다.
◆ 물류센터 더 늘리는 쿠팡
지금의 이커머스 업체 간 배송전(戰)을 이끈 장본인은 쿠팡이다. 일각에서 '쿠팡이 소비자들에게 나쁜 습관을 들였다'는 우스겟 소리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쿠팡이 빠른 시일 내 덩치를 키울 수 있었던 데에는 '새벽배송'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쿠팡은 현재 국내 30개 이상 도시에 150여개 물류센터를 갖추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센터로부터 11km 이내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쿠팡은 물류센터 추가 건립을 통해 물류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3월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충북·전북·경남·부산에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 통합 GS리테일 "주문 후 2시간 내 배송 이룰 것"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GS리테일은 전국 1만5천여개 소매점을 활용한 '퀵커머스' 서비스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익일배송을 뛰어넘는 '주문 후 2시간 내 즉시배송'이 목표다.
GS리테일은 연면적 40만㎡가 넘는 전국 60개 물류센터망을 보유 중이다. 통합 GS리테일은 향후 5년 내 물류센터 6개를 추가로 구축할 방침이다. 5년 투자액으로 제시한 1조원 중 절반 가량을 물류 구축에 사용한다.
이를 통해 전국 99% 소비자에게 2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물류망을 갖춘다는 목표다. GS리테일은 배달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 일부를 인수했고, 배달 전용 애플리케이션 우딜을 론칭하는 등 '라스트 마일'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국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고, 물류센터 및 배달 서비스를 모두 결합해 퀵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뒤 물류가 이커머스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물류에 대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 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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