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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돋보기] 자율주행 늦장대응…정부, 5.9GHz 'DSRC vs V2X' 택일


국회입법조사처, 과기정통부-국토부 협의성과 내야…대승적 전략마련 필수

쏟아지는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잠시 멈춰 서서 좀 더 깊숙히 들여다봅니다. 'IT돋보기'를 통해 멈춘 걸음만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되, 알기 쉽게 풀어쓰겠습니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첨단교통서비스 실현을 위한 정부의 표준 정립이 요구되는 가운데, 부처간 갈등을 접고 합의성과를 이뤄 대승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은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 구축에 따른 자동차의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그 근간인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국가 차원의 표준 확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능형 교통 시스템 상에서의 자율주행은 통신과의 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에 관련 주파수의 기술 표준이 정해져야 보다 일관적인 진화발전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간 핵심 자원인 5.9GHz 주파수에 대한 차량용단거리통신기술(DSRC/WAVE) 성과를 이룬 국토교통부와 셀룰러 차량간 통신기술(C-V2X) 확립을 위해 노력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힘겨루기를 고집하면서 아직까지 정확한 기술표준을 확정치 않고 있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자율주행 셔틀버스 '오토비'가 연구원 내 경로를 따라 주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ETRI]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자율주행 셔틀버스 '오토비'가 연구원 내 경로를 따라 주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ETRI]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3일 이슈와 논점 '첨단교통서비스의 실현을 위한 통신 신기술 도입 관련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신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평가 체계를 발전시키고, 각 기술의 전환 비용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AMR에 따르면 전세계 자율주행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542억달러(약 62조원) 규모에서 오는 2026년 5천560억달러(약 63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관련 시장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 소프트웨어(SW) 시장으로 파생되는 매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C-ITS 사업 공모를 통해 KT와 SK텔레콤 등과 자율주행 시대를 열기 위한 차세대 교통시스템 구축에 나선 상태다.

다만, 실제로 교통시스템을 이용하는 자율주행차와의 통신을 위한 표준 정립은 더딘 상태다. 특히 부처간 갈등으로 인해 표준 확정이 난해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과기정통부와 국토부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박준환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국토해양팀 입법조사관과 박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2025년까지 C-ITS 구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필요한 통신방식에 대해 관련 부처간 이견이 존재한다"라며, "양 부처는 2019년 범정부 V2X 공동연구반을 구성해 논의했지만 합의된 결과는 도출하지 못했다"고 서술했다.

◆ 과기정통부 vs 국토부…부처 갈등 해소해야

국토교통부가 밀고 있는 DSRC/WAVE와 과기정통부의 C-V2X는 차량과 인프라(V2I), 차량과 차량(V2V)를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서비스 구현에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

와이파이와 같은 단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DSRC/WAVE는 국토교통부가 10여년간 표준화 및 실증 작업을 진행한 바 있으며, 서비스가 상용화돼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

이와 달리 C-V2X는 신기술이기는 하나 물리적 시간차로 인해 실증과 상용화가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 쓰이고 있는 이동통신망과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호완성과 효율성, 연결성 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적 기술동향도 C-V2X로 흐르고 있기에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양 부처간 갈등으로 인해 5.9GHz 주파수에 대한 표준이 확정되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7월 15일 한국판 뉴딜에 따른 '디지털 뉴딜 종합대책'을 발표한 자리에서 최기영 전 과기정통부 장관과 박선호 전 국토부 차관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도 이같은 배경에 기댄다.

당시 최 전 장관은 "국토부도 나름대로 해오던 게 있지만 협의해서 올바른 방향을 찾아갈 것"이라면서도 "아마도 C-V2X쪽이 더 힘이 실린다고 생각한다"고 소신 발언을 이어갔으나 박 전 차관은 이 질문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최근 국토부가 C-ITS 7개 처널 중 4개를 DSRC 사용 대역으로, 3개를 5G-V2X 실증 대역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과기정통부에 제출했으며, 이에 따라 타당성 검증을 통해 C-ITS 주파수 이용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사진=자료=국회입법조사처 재인용]
[사진=자료=국회입법조사처 재인용]

◆ 현장에서의 '이중고'…정책으로 풀어야 할 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C-V2X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10월 5.9GHz 대역을 차세대 와이파이와 C-V2X에만 할당하고 DSRC는 배제한다는 '5.9GHz 현대화' 규칙 재정안을 공고했다. 이 규칙은 올해 5월 시행 결정에 따라 오는 7월 2일부터 적용된다.

미국 역시도 미국도로교통기관협회(AASHTO), 미국지능형교통협회(ITS-America)가 FCC의 판단에 대해 이용 계획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유럽은 지난 2019년 DSRC로 C-ITS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현재는 기술 중립성을 고려해 단일 표준 채택을 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국내도 기술 표준에 대한 확정에 속도를 더해야 한다. 박준환, 박소영 입법조사관은 향후 과제로 정부부처간 소통과 협업, 신기술에 대한 객관적 평가 체계 마련, 상용화 및 기술전환 과정에 대한 전략 마련, 적극적이고 활발한 논의를 꼽았다.

부처간 갈등이 심화될수록 업계에 미치는 부작용이 상당하다. 당장 특정 사업자의 경우 DSRC/WAVE와 C-V2X에 대한 병행 개발로 인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또한 다른 차량기술 주장에 따른 불확실성은 국가 재정낭비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한 C-V2X가 신기술임을 감안해 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개발업체 중심의 자체적 평가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나 방법에 따른 평가, 비교 사례를 만들어내야 한다. 즉,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뿐만 아니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한 체계 마련이 절대적이다.

통신분야에서의 신기술 진화 속도는 실제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교통시스템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기술 전환에 따른 상용화 시기를 고려할 수 있는 전 주기적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

박준환, 박소영 입법조사관은 "교통서비스를 위한 통신기술에 대한 정책적 판단은 단순히 C-ITS와 같은 특정 사업의 성패뿐만 아니라 향후 국가 교통 및 통신 정책의 발전에 있어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이고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문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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