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건설업계에 '친환경'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정부의 그린뉴딜 바람에 힘입어 건설사들 역시 친환경 위주의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SK에코플랜트와 DL은 올해 동시에 대대적인 사명 변경을 추진했다. 다만 두 건설사는 같은 '친환경'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사업부문에서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해 9월 기업분할 이후 DL과 DL이앤씨로 분할 상장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DL은 건설부문을 떼고 지주회사가 됐으며, 건설부문은 DL이앤씨 그리고 석유화학사업부는 DL케미칼로 재탄생했다.
지주회사인 디엘은 계열사별 독자적인 성장전략을 지원하고 조율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디엘이앤씨는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발판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해 생산성을 혁신하고 디벨로퍼 중심의 토탈 솔루션 사업자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디엘케미칼은 생산설비 증설로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윤활유, 점접착제, 친환경 소재 등 특화 사업에 진출해 글로벌 석유화학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 디엘, '인체무해한 고부가가치' 사업 우선 순위…전문성 확보에 집중
분할에 앞서 디엘은 지난 2019년 10월 미국 크레이튼사의 카리플렉스 사업 인수작업을 최종 완료하고 첨단신소재 사업 투자에 나섰다. 이에 따라 디엘케미칼은 카리플렉스의 브라질 생산 공장과 네덜란드 연구개발(R&D)센터를 포함한 원천기술까지 확보하게 됐다.
또한 미국, 독일, 벨기에, 일본, 싱가포르 등 글로벌 판매 조직과 인력, 영업권도 확보하게 됐다. 전체 인수금액은 5억3천만 달러(6천200억원)다. 디엘의 첫 해외 경영권 인수 사례다.
이어 디엘은 지난해 7월 디엘은 카리플렉스의 브라질 파울리나 공장을 증설해 합성 고무 라텍스 생산 용량을 2배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카리플렉스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생산한다. 이 제품은 수술용 장갑, 주사용기 고무마개 등 의료용 소재로 사용된다. 천연고무로 만든 수술용 장갑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지만, 합성고무로 만든 수술용 장갑은 이러한 위험성이 없다.
인체에 해가 없는 친환경 소재 시장에도 진출한다. 최근 DL케미칼(옛 대림산업 석유화학부)은 미국 렉스텍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핫멜트(Hot melt) 접착제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DL케미칼은 합작법인의 지분 74%를 보유한다.
핫멜트 접착제는 열로 녹여 붙일 수 있는 접착제로 기저귀, 생리대 등의 위생용품과 자동차 내·외장재의 접착, 각종 산업용품의 조립에 활용된다. APAO는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접착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은 "접착제는 진입장벽이 높은 고성장·고수익 소재 사업"이라며 "이번 투자는 첨단 화학소재 사업 육성이라는 DL의 사업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생산거점 확보를 통해 고용창출과 함께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용 소재 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환경기업' 발돋움 SK에코플랜트, 지구에 에코 DNA 심는다
SK건설은 '친환경' 정체성을 입힌 'SK에코플랜트(SK ecoplant)'로 사명을 바꿔 달고 환경 기업으로의 새 출발을 선언했다. 오는 2023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기술혁신기업 인수합병(M&A) 추진에 나선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에 심는다는 의미의 '플랜트(Plant)'를 합성한 용어로, 지구를 위한 친환경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심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DL이 친환경 고부가가치 위주로 인간과 직결된 동시에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신사업 개척에 나섰다면 SK에코플랜트는 진짜 '환경' 중심 사업을 재편하면서 수처리와 소각, 매립 등 환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신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인수한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앵커로 활용해 수처리를 포함한 소각·매립분야 등 다운스트림 사업을 선도할 예정이다. 또한, 볼트온(Bolt-on, 유사기업과의 인수·합병) 전략에 따라 SK에코플랜트는 충청권 폐기물 처리기업 4곳을 인수하며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으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SK에코플랜트는 약 4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이들 기업의 주식 전량(지분율 100%)을 인수한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축적된 기술과 역량을 기반으로 아시아 거점국가의 현지 환경기업들을 인수하고 밸류체인을 구축해 아시아 전역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안재현 SK에코플랜트 사장은 "새로운 사명과 함께 앞으로 지구를 위한 친환경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들을 진정성 있게 심어나갈 계획"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연결 리더십을 발휘해 ESG를 선도하는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임팩트 있는 솔루션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수처리뿐 아니라 하루 876t(의료폐기물 제외)의 폐기물 소각 용량을 보유한 국내 1위 사업자로 도약한다"며 "환경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사업 관련 투자를 지속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서온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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