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유통업계 오랜 라이벌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간 2파전으로 좁혀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가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두고 경쟁을 벌이게 됐다.
◆ 롯데·신세계 "절대 뺏길 수 없다"
양사의 명분은 확실하다.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각각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ON)과 SSG닷컴을 운영 중이다. 오프라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꼽히는 온라인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18조원이다. 네이버(28조원), 쿠팡(24조원)에 이은 3위다. 반면 롯데온과 SSG닷컴음 같은 기간 거래액이 각각 7조6천억원, 3조9천억원에 그쳤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업체는 단숨에 온라인 선두 경쟁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경쟁사에 뺏길 경우 큰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양사는 이베이코리아 실사 과정에서도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자삭 매각을 통해 실탄 확보에 나서며 인수 의지 또한 강력하게 피력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월드타워 지분을 롯데물산에 매각해 8천억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이마트도 서울 강서구 이마트 가양점 토지 및 건물과 경기 남양주 토지를 팔아 7천569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가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세계가 최대 주주가 되고, 네이버가 2대 주주가 되는 시나리오다. 지난 1분기를 기준으로 이마트, 신세계의 현금성 자산은 1조5천억원 수준으로 롯데쇼핑 2조8천억원에 비해 적은 상황이다.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서라도 컨소시엄은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쿠팡에 맞서기 위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네이버에게도 신세계와 함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은 결코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다. 앞서 양사는 2천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통해 전방위적 협력을 선언한 만큼 인수 자금에 대한 부담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신세계가 과거 스타필드와 SSG닷컴 등 대규모 투자 사업시 외부 투자자 영입을 적극적으로 해 왔던 경험도 이 같은 시나리오에 힘을 싣는다.
이를 바라보는 롯데도 본입찰 전략을 짜는 데 고심하는 분위기다.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이 부침을 겪고 있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롯데는 자체 자금력으로도 충분히 인수전을 완주할 수 있는 만큼 부담도 덜하다.
◆ "시너지 못내고 '승자의 저주' 빠질 수도"
다만 업계는 문제를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라고 본다. 롯데온과 SSG닷컴이 기대한 만큼의 통합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가 미지수라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직매입 없이 상품 중개만으로 돈을 버는 오픈마켓 구조다. 이는 롯데온과 SSG닷컴이 이미 하고 있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시너지를 기대할 만한 부문은 풀필먼트이나, 이베이코리아의 물류센터는 경기도 용인과 동탄, 인천 등 3곳 뿐이다. 이는 인수 이후에도 사업 규모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또, 온라인 시장의 경쟁 격화 속에서 이베이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라는 것도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큰 돈을 써서 인수했다가 악화한 재무 상태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측이 입찰 가격이 맘에 들지 않으면 지난달에 이어 다시 한번 입찰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이베이코리아에 대한 후보군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클 경우 더 높은 가격을 받아내기 위해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본입찰 마감에 따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다음주 미국 이베이 본사 이사회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져 이사회 후 우선협상대상자가 공개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 모두 이커머스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며 "양사가 자존심을 걸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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