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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文 발언에 한 발짝 다가선 이재용 '광복절 특사'…기대감 ↑


의리 지킨 최태원, 이재용 사면 한 번 더 건의…文 "국민 공감 많은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문재인 대통령, 이호승 정책실장.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문재인 대통령, 이호승 정책실장.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고충을 이해합니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들과의 첫 회동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이같은 의견을 밝히면서 오는 8월 이 부회장의 '광복절 특사'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 부회장을 사면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심경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비공식 오찬 회동을 갖고, 이 부회장의 거취 문제에 대한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삼성은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을 대신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이미 이 사건의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한 차례 구속수감된 바 있어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이 없으면 남은 수감 기간을 채우고 내년 7월에 만기 출소하게 된다.

이 부회장이 재구속되기 전 정 회장과 최 회장, 구 회장은 지난해 9월 첫 회동을 시작으로 11월, 12월 연달아 만남을 가지며 이 부회장과 관계를 끈끈하게 다져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지난 1월 갑자기 재수감돼 이들의 모임은 잠정 연기됐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2018년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한 모습.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2018년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한 모습.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가장 앞장서 건의한 총수는 최 회장이었다. 앞서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함께 한 차례 이 부회장의 사면을 청와대에 건의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런 차원에서) 경제 5단체장들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한 것으로, 고려해 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요청했다.

이후 김 부회장은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 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다"고 강조하며 최 회장의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또 정 회장과 구 회장 역시 "어떤 위기가 올 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대가 왔다"며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히며 은연 중에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은 것 같다"며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에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경제5단체장 건의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 문 대통령이 무슨 의미인지 한 차례 묻는 과정이 있었다"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의미한다는 점을 확인한 후 문 대통령도 자신의 입장을 에둘러서 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사회 각 계에선 전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사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올해 4월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지난달 초까지 선을 그으며 완강한 입장을 보였지만,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때를 기점으로 문 대통령의 태도에도 점차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재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두고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 형평성이라든지 과거의 선례라든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여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여러 측면으로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진행된 'K-반도체 전략 보고회' 행사에 참석해 "세계 주요 경쟁 기업들이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연대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해 이 같이 강조한 것을 두고 물밑 작업에 돌입한 것이란 해석도 내놨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또한 지난달 말 CBS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달라진 분위기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 실장은 "경제계나 종교계, 외국인 투자기업들로부터 그런 건의서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대해선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정서라든지 공감대 등도 함께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별도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 같은 분위기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 3명 중 2명 비율로 사면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지난달 10일부터 12일까지 만 18세 이상 1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4%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27%, 모름·무응답은 9%였다.

미국이 자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사면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공조를 놓고 한미 정부가 조율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이에 삼성전자의 파격적 투자가 결정돼야 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를 두고 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기업 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던 만큼 현재 분위기에서 본인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듯 하다"며 "최근 분위기를 볼 때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사면할 경우 이르면 오는 8월 광복절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선결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총수인 이 부회장의 통 큰 의사 결정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며 "삼성이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지만, 이 부회장의 부재 속에서 언제까지 반도체 시장 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을 정부에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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