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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바·모더나 코로나19 백신계약 '절반의 성과' 나온 까닭은


SK바이오사이언스·노바백스 기술 계약과 비교할 때 아쉽다는 평가

모더나 백신 [사진=뉴시스]
모더나 백신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모더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뒤 업계의 평가가 갈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의 파트너로 낙점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이번 계약이 제품 충전·포장에 한정된만큼 '절반의 성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는 모더나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에 대한 완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이달 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백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구축하면서 이뤄졌다.

계약 기간은 2022년 12월 31일까지이며 확정 생산 물량과 조건은 변동 가능한 것으로 공시됐다. mRNA(유전물질) 백신은 바이러스 돌기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mRNA을 지질로 된 작은 주머니에 감싸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의 백신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 관련 기술이전에 곧바로 착수해 올 3분기부터 미국 이외 시장으로 수억 회 분량의 백신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 8월부터 국내 기업이 코로나19 백신을 국내 생산하도록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삼성바이오, 모더나 핵심기술 이전 가능성 낮아

하지만 일부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K-바이오 업적' 등으로 포장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바이오 위탁 생산(CMO)는 크게 '원료의약품(DS)'과 '완제의약품(DP)' 공정으로 나뉘는데 이번 계약은 DP에 그쳤기 때문이다. 즉 백신 원액 제조 기술은 이전 받지 못한 채 mRNA 백신 원액을 들여와 병에 주입한 뒤 밀봉하는 낮은 수위의 협력이라는 것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DP 위탁 생산 계약은 알맹이를 빼앗기고 껍데기인 포장만 담당하는 셈"이라며 "물론 DP 공정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지를 갖춘 삼바가 소규모 설비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DP만 담당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DS 공정은 백신의 알맹이와도 같은 코로나19 유전물질을 포함한 mRNA 제조하는 기술과 mRNA를 감싸 보호하는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이전 받아야 가능하다. 모더나는 스위스 기업 론자에 mRNA 제조 기술 이전을 포함한 DS를 맡겼다. 론자는 모더나로부터 기술이전을 받는데 1년 가까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기술 이전 계약에 성공한 바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월 노바백스가 개발한 'NVX-CoV2373'의 기술을 이전받아 'NVX-CoV2373'의 국내 생산 및 허가, 판매 독점권을 보유하게 됐다. 또한 질병청과 맺은 공급 계약에 따라 기술이전을 통해 생산된 물량 중 2천만명분(4천만도즈) 분량의 백신을 국내에 공급한다.

일각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처럼 순차적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술 이전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실제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23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기술을 이전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언제, 어떤 기술을 이전할지 등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업계는 여기서 언급된 기술 이전이 뜻하는 것이 DP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 건물 전경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 건물 전경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 핵심 기술 이전 가장 큰 걸림돌은 모더나·론자의 계약 조건

핵심 기술 이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모더나와 론자의 계약 조건이다. 두 회사는 10년 간 생산 계약을 맺었다. 생산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인데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DS 공정은 주로 장기 계약을 맺는다. 2030년 이전에는 특허 침해와 기술 유출 문제로 다른 기업과 핵심기술 위탁생산 계약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모더나의 핵심 기술 특허가 복잡한 것도 문제다. 네이처가 공개한 mRNA 특허 지도에 따르면 모더나가 사용 중인 핵심 기술은 미국 국립보건연구원, 미국 팬실베니아 대학뿐만 아니라 독일 회사 2곳, 경쟁사인 화이자 그리고 테슬라 등 13개 기관이랑 특허가 얽혀 있다.

또한 미국 정부 쪽에서 코로나19 백신 재산권 면제에 대한 구상도 나왔지만 이것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제적 협의가 완벽히 이루어져야 가능한 상황인데 화이자 등이 포함된 미국 제약협회(PhRMA) 등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제약 업계에는 중국과 러시아로 새 기술이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바가 모더나의 손을 잡은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관련 사안과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성이 코로나19라는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DP 계약을 맺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DP 계약건은 DS보다 수익 구조가 크게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삼성이 만약 상대적으로 어려운 계약 조건에도 사인을 했다면 그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에게 공공성 짙은 사업을 하는 모습을 통해서 어필하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권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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