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심지혜 기자] 국내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생존 전략으로 '글로벌 진출'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서는 영상 콘텐츠 뿐만이 아니라 이종 산업과의 결합으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 시장의 관행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에 국한되지 않고, 기존 유료방송과는 차별화를 꾀하며, 영상에만 매달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IP 확보를 통해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20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디지털미디어 콘텐츠 진흥포럼' 2차 회의에서 'OTT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과 이종산업간 빅블러(Big Blur) 함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위원은 "국내 OTT 사업자들이 성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입자를 계속 늘려나가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가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국내 시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세계 OTT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보스톤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OTT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1천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1천260억 달러, 내년에는 1천410억 달러로의 증가가 예상된다.
국내 OTT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3천69억원에서 지난해 7천801억으로 2배 이상 커졌다.
문제는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 심화로 향후를 담보하기 힘들다는데 있다. 국내 OTT플랫폼 가입 현황을 살펴보면 넷플릭스의 지난 4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806만명으로 압도적 1위다. 웨이브는 365만명, 티빙은 307만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디즈니+와 같은 해외 유수의 사업자들도 국내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 위원은 "국내 OTT 사업자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해서 투자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OTT 산업이 꽃피고 있다고 하지만 벌써 정체가 나타나고 있어 마냥 성장성이 좋다고 볼 수 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입자가 늘어야 가입자당 콘텐츠 제작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성공적인 해외 진출 방안으로 '이종 산업과의 융합'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의 OTT 시장은 기존 유료방송의 확장 버전이다. 영상 콘텐츠 위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면서 "게임이나 헬스케어, 커머스, 메타버스 등과 결합해 범위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CJ ENM이 네이버와 협력해 OTT '티빙' 가입자 수를 늘렸다는 점, HBO맥스가 가상세계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접목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교수는 콘텐츠에 대한 적정 대가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도 필수 조건으로 짚었다. 그는 "IPTV가 넷플릭스 상품을 공급하려고 수익의 90%를 내줬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과연 우리 콘텐츠에는 어떤 대우를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 제값을 인정해주는 동료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현실에 뿌리내린 이종산업 결합…脫모바일화·판권해결 '관건'
이어진 토론 자리에서는 'OTT의 글로벌 진출'과 '이종 산업과의 결합'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부장은 "글로벌 진출은 OTT 생존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지만, 국내에서 먼저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는 콘텐츠 경쟁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OTT는 자본력이 없으면 경쟁에서 도태된다"면서 "이러한 관점에서 웨이브는 계획보다 콘텐츠 투자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계획보다 100억원 많은 700억원 규모를 투자했고, 올해는 800억원 규모를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OTT 이용 플랫폼을 '모바일'로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노 부장은 "코로나19로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스마트TV 이용량이 증가했는데, OTT를 스마트TV로 이용하는 사람 또한 늘었다"면서 "OTT 전략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한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프라임사업그룹장은 "OTT가 글로벌에 진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판권 문제 등으로 한국 콘텐츠를 사용하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종 산업과의 결합에 대해서도 "아마존, 쿠팡 등 커머스 사업자들이 영상을 하려고 하는데, 미끼상품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면서 "과연 콘텐츠 가치를 인정할 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그룹장은 "영상만으로는 규모 경쟁에 어려움이 있어 카카오 엔터의 경우 웹툰, 웹소설, 케이팝 등을 결합하는 방향을 추진하면서 다른 플랫폼과 연계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카카오TV나 위버스 등과 같은 차별화된 OTT들이 오히려 글로벌 진출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대표 사례로 카카오TV가 제공 중인 주식 관련 콘텐츠 '개미는 뚠뚠'을 제시했다. 그는 "100만 이상 구독자를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출연하다보니 연예인을 능가하는 팬 유입을 보였다"면서 "적은 제작비로 큰 수익을 내는 포멧"이라고 설명했다.
이종 산업과의 결합에 대해서는 "음악 산업이 OTT를 견인하는 상황이 가시화 되고 있다"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모델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국내 디지털미디어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 산업계와 전문가 중심으로 전략을 모색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으로 지난 3월 26일에 출범했다. 정례회의를 통해 방송·미디어 플랫폼 활성화, 콘텐츠 진흥, 미디어 신산업 육성,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 분야별로 국내 미디어 콘텐츠 산업과 관련된 시의성 높은 의제를 선정해 논의한다.
/심지혜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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