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오는 17일 경영 복귀를 선언한지 5년차를 맞는다. 이 회장은 2017년 5월 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 통합 연구개발센터 씨제이블로썸파크에서 열린 '온리원 컨퍼런스'에 참석하며 공식 경영 복귀를 알린 바 있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 복귀 당시 CJ그룹의 매출은 30조원, 해외 매출 비중은 3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그의 복귀 이후 CJ그룹은 공격적 투자와 과감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영업이익과 해외시장 진출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 특유의 과감한 투자로 그룹 성장 발판 마련
CJ그룹은 이재현 회장 복귀 후 '글로벌 사업'에 집중했다. 국내 시장보다 규모가 큰 해외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가 향후 기업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CJ그룹은 ▲식품&식품서비스 ▲생명공학 ▲물류&신유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지주회사 및 시너지&인프라를 주 사업으로 영위한다. 이중 가장 큰 매출은 그룹의 중추인 CJ제일제당에서 발생하며, CJ제일제당은 한식브랜드 '비비고'와 '한류'를 무기로 해외 식품산업에서 존재감과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재현 회장 복귀 시점인 2018년 CJ그룹의 매출은 30조원을 넘어섰고, 2019년 34조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산업이 큰 타격을 받은 지난해에도 32조원을 기록한다. 이는 CJ가 지주회사로 전환한 직후인 2008년 매출액(8조원)대비 4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도 최근 3년간 매해 1조원을 넘으며 안정적 기업 경영을 진행 중이다.
CJ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해 증가해 지난해에는 매출액 14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9%, 영업이익은 73% 증가한 수치다. CJ제일제당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 같은 기록은 이재현 회장이 2019년 1조5천억원을 투입해 미국 냉동식품 전문업체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기에 가능했다.
당시 CJ그룹 내에서조차 슈완스의 인수금액이 높다며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은 해외 시장을 넓히기 위해 조 단위의 과감한 인수대금을 투입해 슈완스를 인수했다.
슈완스는 지금 CJ제일제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지난해 슈완스는 매출 2조8천억원, 영업이익 2천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65% 상승한 수치이며, 올해 1분기에는 CJ제일제당의 해외 매출 중 절반을 차지했다.
이재현 회장은 경영 복귀 직전인 2018년 4월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1조3천억원에 매각했다. 2017년 CJ헬스케어는 5천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제약업계 10위 안에 드는 기업이었지만, 이 회장은 그룹사 간 시너지와 사업의 효율적 집중화를 위해 과감한 매각 결정을 내린다.
숙취해소제 '컨디션'으로 잘 알려진 CJ헬스케어 매각 당시 재계에서는 "안정적 사업을 왜 매각하는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은 CJ헬스케어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고 과감한 매각을 단행했다. 또 2019년 12월에는 통신사업자인 CJ헬로를 LG유플러스에 8천억원에 매각했다.
◆ '선택과 집중' 통한 '이재현식' 사업 개편
이재현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있는 사업만 가져간다는 경영 원칙을 정했다.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오는 2030년까지 36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1위 자리에 3개 이상의 업종을 올려 놓겠다는 '월드 베스트 CJ'를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사업 집중화는 필수적이다.
지난해 7월 CJ푸드빌은 적자폭 만회를 위해 투썸플레이스 지분을 매각했고, 이어 10월에는 본사 지원조직 직원 중 5년 차 이상 4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또 지난해 인사에서는 전년 35명이었던 신임 임원을 19명으로 줄이면서 경영 효율화를 강조했다.
이재현 회장은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CJ그룹의 후계구도도 그리고 있다. 최근 CJ올리브영 지분 중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부장과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전 CJ파워캐스트 대표가 가진 지분을 매각하도록 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들의 CJ올리브영 지분 매각 대금은 4천억원대로, 이 자금으로 이 부장은 CJ 보유 지분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선호 부장은 CJ그룹 지분 2.75%, 차녀 이경후 부사장 대우는 1.19%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이선호 부장이 일련의 문제로 그룹을 1년 4개월간 떠났다가 최근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했고, 이경후 부사장이 지난해 말 남편인 정종환 부사장과 함께 승진하면서 4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의 경우 최근 매출이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선방한 것으로 본다"며 "이는 기업 M&A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고, 오너가 부재했다면 내리지 못했을 결정들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의 경우 후계 승계 작업이 늦어진 면이 있다"며 "이선호 부장이 복귀한 만큼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 등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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