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심지혜 기자] SK텔레콤이 2조6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사실상 자사주의 전량을 소각한 것이다. 특히 이번 결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면서 인적분할 이후 SK(주)와 합병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는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 취지를 확실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날 자사주 868만5568주를 소각했다.
SK텔레콤 주식 8074만5천711주 중 10.8%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2조6천억원 규모에 달한다. SK텔레콤이 보유한 자사주는 958만5568주로, 이 중 90.6%를 소각한 셈이다.
국내 4대그룹 자사주 소각 사례 중 발행주식 총수 대비 물량으로는 최대다. 금액으로는 삼성전자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많다. 소각후 SK텔레콤의 자사주는 90만주로 줄어든다.
SK텔레콤 측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을 이사회 결의에 의해 소각하는 것으로 주식수만 감소하고 자본금의 감소는 없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자사주 소각은 예견된 수순으로 여겨진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사업회사(존속)와 투자회사(신설)로 인적분할하는 지배구조개편 청사진을 내놨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 계열사는 사업회사 자회사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웨이브, 11번가 등 비(非)통신 계열사들은 신설회사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그림이다.
이같은 발표에 시장의 관심은 신설회사와 SK㈜의 합병 여부에 쏠렸다. 당시에는 기업분할 이후 신설회사와 SK㈜가 합병해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만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만약 자사주를 남겨둔 상태에서 인적분할을 하고,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간 자사주를 활용해 현물출자와 유상증자 과정을 거치게 되면 SK㈜는 SK텔레콤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현재(26.8%)보다 약 2배 가까이 높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향후 SK㈜와 SK텔레콤 신설회사 간 합병시 대주주 지분 희석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으로 SK㈜의 SK텔레콤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26.8%에서 30.5%로 상승하게 된다. 이 가운데 SK㈜과 신설회사 간 합병이 진행되면 대주주 지분율이 희석된다.
SK㈜와 SK텔레콤 신설회사 간 합병을 추진하기에는 대주주 지분이 지나치게 낮아졌기 때문에, 신설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인적분할 발표 당시 가장 큰 관심사는 신설회사와 SK㈜ 간 합병 여부였다"며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더라도 말에 불과해,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통 인적분할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지분율을 올리는 방법으로 자사주를 많이 활용했는데, 이번 소각 결정으로 완전히 합병 우려가 없어졌다"면서 "최대주주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 아니겠지만 주주가치 제고와 SK㈜가 확보한 SK텔레콤의 지분율이 높이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이 다소 빠르게 진행됐다는 시각도 있다. 관련한 이사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6월경 진행될 것으로 예측됐나, 지난 4일 오전 깜짝 발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주반발을 최조화 하고 합병 가능성이 없다는 의지를 빠르게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지주사를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최대주주 입장 위주로 진행됐으나 이제는 주주를 위한 흐름으로 시장이 변한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기존 24조9천900억원에서 22조3천억원으로 줄어든다.
이와 관련,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에 반영하고 있는 SK텔레콤의 목표 시가총액 26조4천억원에 대한 변화는 없으나 주식수 감소에 따른 추가적인 업사이드가 발생함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현재 주가보다 10% 이상 상승해야 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다만 "분할 이벤트와 맞물려 자사주 소각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에 선반영되고, 분할이 마무리된 이후 주가 하락시에 방어할 자사주가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근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도 함께 반영된 부분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심지혜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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